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검찰개혁, 급하면 체한다

안현덕 사회부 법조전문기자





“검찰 개혁은 단계적으로 추진되거나 충분한 보완 대책을 마련한 뒤 시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법조 1번지’ 서초동에서 잔뼈가 굵은 한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현 정부 검찰 개혁에 이견이 없다면서도 ‘일도양단(一刀兩斷)’식의 급속한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원로 교수도 검찰 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키워드로 숙고와 논의를 꼽았다. 무조건 속도를 내기보다는 기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등 충분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검찰 개혁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급하게 칼을 댔다가 ‘미완(未完)’에 그치며 혼란만 거듭해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대신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검찰 수사 범위는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됐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령인 수사개시규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다시 정치자금법 위반, 기술 유출 등으로 확대했다. 수년 동안 혼선이 계속된 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사 지연 등 국민 불편만 야기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수완분(검찰 수사권 완전 분해)’을 내건 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이견을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정권 편향, 표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 검찰의 고질병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완수사권·수사종결권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날짜를 못 박는 식의 급격한 추진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있다. 급하면 체하듯 속도에만 몰두했다가는 수사 생태계만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다.

개혁은 법·제도를 개선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진일보’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특히 ‘지지층에 보여주기’식의 개혁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건국 이래 가장 큰 사법 체계 개편으로 꼽을 수 있는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된 보완책 마련 없이 ‘올해 안에 끝낸다’는 식의 속도전만 고집한다면 자칫 검찰의 고질병을 타 사정기관에 이식하는 최악의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검사가 필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