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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500m 달리고 축구·킥복싱까지…인간 못잖은 '휴머노이드 올림픽'

■ 中, 세계 최초 로봇 올림픽 가보니

곡선주로도 유연하게 1500미터 달려

아장아장 걷는 축구경기에 웃음 소리

펀치, 니킥 이어진 킥복싱에는 환호

15일 중국 베이징 국가빙상장에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에 출전한 한 로봇이 1500m 달리기 경기에 참가해 트랙을 뛰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자유(加油·힘내라)! 자유!”

4개 레인에 정렬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출발 총성과 함께 일제히 트랙을 박차고 나섰다. 성인 키만 한 거대한 로봇부터 어린아이처럼 앙증맞은 소형 로봇까지 제각기 다른 체격의 선수들이 1500m 트랙을 향해 돌진했다.

예선 1조 위슈커지(유니트리)의 ‘H1’은 순식간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압도적인 속도에 중국 팀원들의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초반 오버페이스 탓이었을까. 마지막 200m를 앞두고 H1의 보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결승 진출에는 문제가 없었다. 베이징정보과기대의 레라1팀 로봇은 H1과 격차가 한참 벌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올림픽 정신’으로 관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전날 화려한 개막식에 이어 15일 베이징 빙상경기장에서 본격적인 종목별 경기에 들어간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 로봇 선수들이 뿜어내는 열기 가득한 경기장에서는 육상을 시작으로 축구·이종격투기·우수·무용 등 스포츠 종목은 물론 호텔 서비스, 병원 작업 등 이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시합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다.



육상 1500m 결승에서는 유니트리 자회사 링이테크놀로지가 6분 34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의 ‘톈궁’이 6분 55초로 은메달, 유니트리 H1이 7분 10초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인간(남자) 세계기록 3분 26초에는 3분여나 뒤졌지만 4월 하프마라톤 대회보다는 눈에 띄게 향상된 실력이었다. 특히 곡선 구간을 안정감 있게 소화하는 모습에서 기술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하프마라톤 우승자였던 톈궁은 이번에도 특별했다. 사람의 원격 조종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자율주행으로 달린 유일한 참가 로봇이었다.

3대3과 5대5로 진행된 로봇 축구는 공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로봇들이 부딪히며 자주 넘어졌지만 이내 스스로 일어났다. 로봇들은 5세 전후의 아이들이 공을 차듯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빈 공간을 찾아 이동했다. 골을 넣고도 사람처럼 기뻐하거나 골 세리머니 없이 재빨리 대형을 유지하는 모습에서는 감정이 없는 로봇임이 느껴졌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 것은 킥복싱 경기였다. 글러브와 보호 장비로 무장한 로봇 파이터들이 링 위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니킥과 로킥, 좌우 펀치가 쉴 새 없이 오갔다. 한 로봇이 상대의 얼굴을 정확히 타격하고 연이어 발차기로 마무리하자 ‘다운’이 선언됐다. 동시에 관중석에서는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온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는 “로봇들과 같이 달리기 해보고 싶다”면서 “로봇이 빠르기는 하지만 제가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학에서 로봇 개발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농구 로봇을 개발 중인 베이징자오퉁대 학생은 “드리블 실력이 많이 늘었고 슛 성공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중국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외국 우수 인력 영입을 위한 전용 비자를 신설하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 ‘외국인 출입국 관리 조례’를 개정해 10월 1일부터 외국 청년 과학기술 인재에게 발급하는 ‘K비자’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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