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6년 만에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애초 1대1로 계획했던 협상 방식을 3대3으로 변경하고 이례적으로 같은 리무진을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5일 오전 11시30분(현지 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만나 미리 마련된 검은색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 캐딜락에 함께 올라 탄 채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보다 조금 일찍 전용기에서 내린 뒤 활주로에 깔린 붉은색 카펫 위에서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푸틴 대통령이 다가오자 손뼉을 치며 직접 맞이했고 두 정상은 서로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은 잠시 대화를 나누며 연단에 오른 뒤 별다른 공개 발언없이 30여 초간 사진을 찍는 자세만 취했다.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7번째이자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찾은 건 2015년 뉴욕 UN 총회 이후 10년 만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 방문도 최초다.
두 정상은 회담장에 도착하자마자 언론 공개하는 모두 발언도 없이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애초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1대1 회담 후 다른 참모들이 함께하는 식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이들은 곧장 3대3 회의에 돌입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3대3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배석하기로 했다. 그 다음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추가로 함께할 예정이다. 러시아 측에서는 3대3 회담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포크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이 참석한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인터뷰를 갖고 “(회담이) 매우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잘되지 않는다면 나는 집으로 매우 빨리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내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회담 성공 전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말할 수 없고, 모르겠다”며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휴전이 빨리 되는 것을 보고 싶고,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살육이 중단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미러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제재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며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두 번째 회담을 마련할 것이고 성공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25%”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물론”이라며 “경제적인 제재와 인센티브가 모두 매우 강력한 대러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같은 날 회담 내용을 두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이 중심 주제가 될 것이 모두에게 분명하다”면서도 “무역과 경제 분야를 포함한 양국 협력의 추가 발전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 협력이 엄청난 데도 안타깝게도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잠재력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싶다”며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 광범위한 문제와 현재 가장 시급한 국제·지역 현안도 당연히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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