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제왕절개 후 진통제로 이부프로펜을 복용한 20대 여성이 희귀질환으로 21일간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거주하는 알레시아 로저스(27)는 2020년 8월 셋째 아이 출산 후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한 이부프로펜으로 인해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로저스는 하루 두 알씩 이부프로펜을 복용했으며, 수년간 생리통 완화용으로 사용해온 상황이었다.
복용 3주 후 발열과 연하곤란, 가슴 발진, 안구 충혈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났지만 의료진은 단순 결막염으로 오진했다. 이후 얼굴 부종으로 호흡곤란까지 발생하자 성홍열 진단을 받았고, 의료진은 오히려 이부프로펜 지속 복용을 권했다.
몇 시간 만에 증상이 급속 악화되면서 얼굴과 가슴에 물집이 번지고 피부 탈락이 시작됐다. 최종 진단명은 '스티븐 존슨 증후군(SJS)'과 '독성표피괴사융해증(TEN)'으로, 이부프로펜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로저스는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21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생존 확률 10%의 극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피부의 95%를 잃었다. 5년이 지난 현재도 장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출산 기억 등 상당 부분의 기억을 상실한 상태다.
SJS는 면역체계가 특정 약물에 과도 반응해 건강한 피부와 점막을 공격하는 희귀질환이다. 초기에는 감기 유사 증상으로 시작해 상반신 발진이 전신으로 확산되며, 이후 물집 형성과 점막 손상까지 진행된다. 국내에서도 해열진통제, 항생제, 항경련제 등 다양한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SJS는 예측이 어렵고 발병 시 치료법이 제한적"이라며 "약물 복용 후 발열, 발진, 점막 이상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저스는 "약물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며 경각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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