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17일 전체 유권자와 국민의힘 지지층의 후보 선호도가 극명히 엇갈렸다. 민심은 조경태·안철수 후보로, 당심은 김문수·장동혁 후보에게 쏠리며 선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각 후보 별 언급량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김 후보의 언급량 독주 속에서 안 후보가 깜짝 반전에 성공하면서 지지율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지 이목이 쏠린다.
한국갤럽이 이달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당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조경태 후보 22%, 김문수 후보 21%, 안철수 후보 18%, 장동혁 후보 9% 순으로 나타났다. 30%는 의견을 유보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조사 완료 사례수 기준 222명, 표본오차 ±6.6%포인트) 중에서는 절반가량인 46%가 김 후보를, 21%가 장 후보를 지목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해당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접촉률은 42.1%, 응답률은 13.4%다.
당심과 민심이 극명하게 엇갈린 여론조사 결과에도 SNS 상 언급량은 김 후보가 다른 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수준이다. 다만 안 후보가 깜짝 반등에 성공하며 김 후보를 위협하는 양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SNS 상의 텍스트를 빅데이터로 분석해주는 ‘썸트렌드’를 통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1차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이달 7일부터 15일까지 후보들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김 후보가 줄곧 1위를 달리다 15일 안 후보에게 선두를 내줬다.
15일 광복절 행사에 참여한 안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1인 플래카드 시위에 나서면서 이날 하루 폭발적으로 SNS 언급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광복절 행사 직후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광복 80주년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돈을 사기갈취한 윤미향을 사면한다는 것 자체가 광복 80주년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안 후보가 이와 같은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유튜브를 활용해 노출 빈도를 높여가고 있는 김 후보의 전략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이달 13일부터 당사 1층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김 후보는 농성 중 스트레칭을 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모두 유튜브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영상들은 소위 ‘짤’로 온라인 상에서 재가공 돼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면서 김 후보의 SNS 상 언급량을 견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동혁·조경태 후보의 언급량은 한때 깜짝 반등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방 합동 연설회 현장에서 관중을 장악하는 열띤 정견발표에도 두 후보는 김·안 후보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보이고 있는 장 후보의 경우 이달 13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폭발력 있는 정견발표를 통해 전날 430건이었던 언급량을 963건으로 2배가량 증가시켰다. 당시 장 후보는 연설대를 뒤로 하고 무대 앞으로 나와 발표에 나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패대기 쳐지고 인권이 유린되는 것을 보면서도 내란동조세력으로 몰릴까봐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 “대통령을 지키자고 했던 장동혁을 향해 배신자라고 부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등 찬탄 주자를 겨냥한 연설로 관심을 샀다.
최다선(6선)의 조 후보는 이달 11일 내란 특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 받으며 일시적으로 언급량을 증가시켰다. 대표적 찬탄 주자이자 인적쇄신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당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날 조사 출석이 조 후보의 언급량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668건으로 안·장 후보에 비해 적었던 언급량이 11일 1074건으로 증가해 나머지 둘을 따돌렸다.
한편,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언급량도 눈에 띈다. 그의 언급량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설회 소동’이 있었던 8일 언급량은 총 1719건으로 전날 대비 101.76% 폭증했다. 이후 최대 2664건까지 상승하면서 몇 일 동안 김 후보를 압도하는 언급량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 씨는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자 일부 관중들과 ‘배신자’를 연호하며 연설을 방해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같은 행위를 한 전 씨를 전당대회에 출입하지 못하게 조치했다. 이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전 씨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김 최고위원 후보를 향해 야유를 보낸 것에 대해 일부 소명을 하며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 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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