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TV 물량을 쏟아내면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TV의 평균 판매 단가가 나란히 하락했다.
17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전자 TV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연평균 대비 약 4%, LG전자는 지난해 연평균 대비 2.5% 줄었다.
TV 평균 판매가가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도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VD(Visual Display) 사업의 2분기 매출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7조5000억원)에 비해 7% 감소했다. 심지어 직전 분기(7조 8000억원) 비교하면 매출 감소폭이 10%를 웃돌았다.
LG전자의 TV 등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손실 19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268억원 영업이익) 대비 적자 전환했다. 2분기 주요 사업부 가운데 MS사업부는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TV 판매가격 하락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며 판매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영향도 크다.
지난 6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1년 전 39%에서 28%로 11%포인트 급락했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23%에서 16%로 하락했다. 이 자리를 중국 TCL과 하이센스가 파고들었다. 하이센스의 점유율은 14%에서 20%로, TCL은 13%에서 19%로 올랐다.
또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19년 연속 지키고 있지만 시장의 점유율은 2020년 21.9%에서 지난해 17.6%까지 줄어들었다. 2020년 2위였던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에 밀려 순위가 4위까지 하락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평균 판매가격은 하락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또 중가 TV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조사들의 수익성도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1500달러 이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점유율은 전체의 39%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56%로 1년 만에 17%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통한 차별화 전략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라인업을 추가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미니 LED를 탑재한 네오(Neo) QLED 8K, 4K를 출시했고 최근 크리스털 UHD 시리즈와 QLED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도 미니 LED를 포함하는 QNED TV 제품을 내놓으며 프리미엄 제품인 OLED TV와 QNED TV를 통한 '듀얼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성장이 정체된 TV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중가 시장 공략으로 점유율을 방어하는 양상"이라며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끊임 없는 연구 개발과 공정 혁신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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