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점령지 일부를 돌려주는 대신 돈바스 나머지 땅을 넘겨받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평화 협상안을 통해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하르키우 내 장악 지역을 돌려주는 대신 동부 접경지인 돈바스 중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지역까지 러시아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전체 면적의 88%인 4만 6570㎢를 장악했다. 돈바스에서 아직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은 도네츠크의 6600㎢ 정도지만 이 지역은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러시아는 이 지역까지 장악하기 위해 최근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돈바스 중에서 전쟁으로 차지한 88%에 더해 아직 손에 넣지 못한 나머지 12% 면적까지 넘겨 받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황을 추적하는 딥스테이트 지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양보하겠다고 제안한 수미·하르키우 면적은 약 440㎢ 정도다. 면적만 놓고 산술적으로만 따지자면 우크라이나가 양보해야 할 면적이 돌려받을 땅의 15배에 이른다. 이런 조건으로 그 이외 지역인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의 등의 전선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겠다는 것이 러시아의 요구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 배경에는 돈바스 지역의 풍부한 광물자원 매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곳에는 석탄, 반도체 등에 쓰이는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이 다수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의 정식 러시아 편입 인정, 침공 이후 대규모로 가해진 경제 제재 일부 해제 등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일부 또는 전지역에서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금지된 러시아 정교회의 종교활동도 자유롭게 허용해줄 것 등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자국 영토를 양보하는 방안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동부 돈바스의 도네츠크 지역은 러시아의 추가 진격을 막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되고 있어 특히 양보가 쉽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미러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이런 협상안이 러시아의 최종안인지, 앞으로 협상을 전개하기 위한 초기안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평화협상 논의를 위해 18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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