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유럽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를 위한 다자회담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공동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합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접촉선(전선)을 고려해 가능한 영토 교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수용하기로 한 것을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유럽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회담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우리가 고려해야 할 핵심 지점 중 하나”라며 “누가 무엇을 할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국가들이 많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우크라이나)을 돕고 매우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럽 국가들이 ‘사실상의 영토 이양’이라고 걱정하는 영토 교환 문제도 거론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을 넘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토를 넘기면 남부의 헤르손·자포리자 지역의 전선을 동결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공격은 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해졌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의 거의 전부, 도네츠크의 약 75%를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3자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어떤 것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것은 시기의 문제이지, 만약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평화 합의는 매우 달성 가능하며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푸틴 대통령과 6년 만의 정상회담을 갖고도 즉각적인 휴전 합의를 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공언했던 대(對)러시아 제재안도 꺼내지 않은 채 돌연 미국이 관여하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안을 부각했다. 미국이 참여하는 안보 보장안은 그간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줄곧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사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는 외국 전쟁에 개입하기 싫다는 이유로 이를 줄기차게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집단 방어는 용인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영토 전체를 이양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 불가입 등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