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20년 대선 조작설을 보도한 매체가 또다시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미국 보수 성향 케이블 방송사 뉴스맥스는 18일(현지시간) 전자투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스에 명예훼손 손해배상금 6700만 달러(약 930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보고했다.
뉴스맥스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2020년 미국 대선을 두고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음모론을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뜨렸다. 보도에는 도미니언이 베네수엘라 업체와 연계해 투표 집계를 조작했다는 허위 의혹이 포함됐다.
이에 도미니언은 2021년 “뉴스맥스가 18차례에 걸쳐 고의적 허위 보도로 자사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법원 평결이 나오기 전 이뤄졌다. 앞서 델라웨어주 1심 법원은 도미니언의 주장을 인정하며 “뉴스맥스 보도는 허위이며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결하고, 지난 4월 재판 속행을 결정했다. 배심원단은 당시 뉴스맥스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허위임을 알고도 보도했는지와 손해배상액 규모를 심리할 예정이었다.
뉴스맥스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사과는 거부했다. 이 방송사는 성명을 통해 “언론의 전문적인 기준 내에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뉴스맥스의 대변인 역시 “합의에는 사과나 기사 삭제 의무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 보도로 인한 거액 배상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수 매체 폭스뉴스 역시 같은 의혹을 보도했다가 2023년 4월 도미니언과 7억8750만 달러(약 1조900억 원)에 합의했다.
또 폭스뉴스는 다른 전자투표 기술업체 스마트매틱이 제기한 27억 달러(약 3조7500억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손배소 소송을 앞두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맨해튼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뉴스맥스 역시 지난해 9월 스마트매틱과의 별도 소송에서 4000만 달러(약 555억5000만 원)를 배상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