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 따른 해외 투기자본 위협에 대한 방어 수단 구축 ?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한 국내 도입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가 8월 19일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강남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으로 향후 해외 투기자본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분쟁과 적대적 M&A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법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첫 발제를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주주권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업의 방어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소수주주 보호보다는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며, “고려아연처럼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해외자본의 인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EU처럼 안보심의제를 제도화해 국가전략기술 기업의 외국자본 인수는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는 주주행동주의와 적대적 매수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행동주의가 늘어날수록 적대적 M&A의 위험도 커진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사의 의무에 관한 상법 개정의 의의와 영향을 고려할 때, 포이즌필 등 방어수단 도입은 기업 남용보다는 주주 공동의 이익과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한 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일본 니덱-마키노 사례에서처럼 이사회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방어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실무에서 가져올 파급효과와 외국자본 대응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조이재 변호사(티르티르 법무&IP 팀장)는 “이사의 충실의무와 주주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중·소극적 의사결정이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실패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 투자에서 책임 회피가 발생하면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승인 절차를 거쳐도 실제로는 대부분 통과되는 구조라 기술 유출을 막기 어렵고, 외국인 지배 법인의 투자는 통제 장치가 취약하다”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아 외국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 경제·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이사회 의사결정의 신속성이 중요한데, 집중투표제는 오히려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투자 단계에서부터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외국인 지배 법인을 통한 우회 투자에 사실상 제약이 없어 공백이 크다”며,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소수 외국 자본의 이사회 침투 가능성을 높여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석호 한국의결권자문 대표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익 보호로만 비춰지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사모펀드 등에 의한 경영권 변동은 남양유업 사례처럼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홈플러스처럼 사모펀드 인수 후 부실화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투기자본 공격은 국가핵심기술 유출 위험까지 동반할 수 있다”며, “일본 제철의 US스틸 인수시 미국 정부에 황금주가 부여된 사례처럼 포이즌필 등 방어 장치를 도입해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상법 개정 이후 적대적 인수 위협 증대 △국가핵심기술 유출 위험 심화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성 등을 지적했다. 특히 기술 규제가 과도하면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어 핵심기술 정의·관리의 유연성이 필요하며, 경영권 방어 역시 기득권 보호가 아니라 약탈적 인수 차단과 기업·주주가치 보호 수단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