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2 전당대회에서 반탄(탄핵 반대)파 주자인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전당대회 기간 특검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으로 ‘정당 해산’ 위기감이 고조되자 변화보다 안정을 원하는 당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선투표에서 강성 지지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선명성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란히 탈락한 찬탄(탄핵 찬성)파 안철수·조경태 후보 지지자의 표심 흡수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상위 2인인 김·장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안·조 후보는 탈락했다.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장 후보를 대상으로 23일 방송 토론회를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24~25일 결선투표를 거쳐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최종 선출자가 결정된다.
김 후보는 결선 진출 소감에서 “이재명 독재정권의 칼끝이 우리 당사에 들이닥쳤다”면서 “저 김문수는 전당대회 내내 단결을 외쳤다. 우리 당과 500만 당원 동지 여러분을 지켜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장 후보는 “결선 무대에 서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라면서 “국민의힘 분열을 안고 갈 것인지, 내부 총질자를 정리하고 단일대오로 갈 것인지 그 선택이 남아 있다”며 당 대표 적임자를 자처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 후보가 당선됐다. 청년최고위원 선거는 친한(친한동훈)계인 우재준 후보가 선출됐다. 신 후보는 최고위원 중 최다 득표율인 21.09%를 기록해 수석최고위원에 올랐다. 이로써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은 반탄파 3명(신동욱·김민수·김재원)과 찬탄파 2명(양향자·우재준)으로 구성돼 반탄파가 수적 우위를 확보했다.
6·3 대선 패배 후 2개월여 만에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은 단일대오를 통한 대여 투쟁을 기치로 내건 반탄파의 손을 주로 들어줬다. 최근 특검이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당원 명부 제출을 요구한 것이 정부·여당과 강한 대립각을 세운 반탄파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찬탄파 주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를 비롯한 극우 세력과의 절연을 주장했지만 당내 기반이 미약한 데다 단일화 실패에 따른 표 분산으로 당 대표 선거 결선 진출자를 내지 못했다. 다만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찬탄파 2명이 당선되며 반탄파의 지도부 싹쓸이를 막는 데는 성공했다.
당초 대선 후보였던 김 후보가 높은 인지도 바탕으로 1차 과반 승리가 유력하다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막판 장 후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면서 결선에서 반탄 간 외나무다리 승부가 성사됐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최근 장 후보가 자신의 투쟁력을 집중 부각하자 지지세가 상당히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 단일화 입장 번복 논란에 따른 당원들의 반감이 여전한 데다 구(舊)주류가 장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김 후보의 과반 미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1차 투표에서 확인된 만큼 결선투표에서는 선명성 경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찬탄파 지지층이 결선투표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게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찬탄파 후보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암세포 자르듯이 잘라내자는 건 민주주의라기보다 독재의 전제가 아니겠나”라고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 장 후보는 “당과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분들이나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하면서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분들이 있다”며 “전당대회 이후에도 그 입장을 유지하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선투표 판세를 두고는 분석이 엇갈린다. 한 재선 의원은 “장 후보가 치고 올라왔다고 하는데 극소수의 목소리가 과대 반영된 것”이라며 “결선에서 무난하게 김 후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당원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고 이른바 고인물 정치를 싫어하는 정서가 분명히 있는 조직”이라며 장 후보의 선전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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