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하는 여러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단계까지 오면서 김건희 여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피의자들의 수사 대응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각 피의자들은 구속영장 청구 전 단계에선 구속을 피하기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다가 영장이 청구·발부되면 진술거부권이나 불출석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속기소 전 특검 조사에 협조해봐야 실익이 없어 차라리 재판에서 대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김 여사는 특검이 오전 23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4차 소환요구에 건강상 이유를 대며 불응했다. 이에 특검팀은 온느 25일 오전 10시 재소환을 통보했다. 김 여사는 앞서 3차 소환조사에서도 자필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바 있다. 김 여사는 실제 기력이 쇠약해지는 등 건강상 문제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검팀은 이달 31일 구속 기한 만료 전에 김 여사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
김 여사는 구속된 뒤 진행된 조사에서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이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진술했다가 곤란해질 수 있고, 어차피 기소될 것이 뻔한데 특검 조사에 적극 응해봐야 어떤 실익도 기대할 수 없어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른 게 낫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진술거부권은 실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민주당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의 피의자신문에서도 계속 있었던 일이다.
원래부터 특검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건 아니다. 구속영장 청구 전 김 여사 측은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특검팀 질문에 대부분 혐의 부인을 했지만 거의 빠지지 않고 답을 했다고 한다.
구속 위기에 몰린 한 전 총리도 비슷하다. 아직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한 전 총리는 특검 측의 3차례 소환 요구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출석해 대부분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고 한다. 지난 두 차례 출석요구에선 모두 심야조사까지 하면서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 전 총리 측은 구속영장 청구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일부 불리한 사실도 시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 19일 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을 미리 받았다”고 진술했다. 올 초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한 전 총리 측의 이 같은 방어전략에도 물론 특검팀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세웠다. 내란특검팀 관계자는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범죄의 중대성에 따른 중형 선고가 예상되면 통상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한 전 총리의) 범죄의 중대성을 우선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 전 총리의 조사가 끝나면 이르면 주말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진술거부권을 행사는 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라며 "피의자신문조서가 이제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기소될 게 뻔한데 차라리 재판에서 다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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