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종전 합의가 없을 경우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기 전쟁 종식이 예상보다 쉽지 않아 보이자 지난 15일 미러정상회담 직후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던 입장을 뒤바꾼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다가 취재진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전쟁) 종식을 원한다”며 “세계 대전으로 가는 걸 원치 않기에 우리에겐 경제 제재 조치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종전) 합의를 보고 싶다”며 “만약 내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 내 머릿 속에 있는 건 매우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세계 대전이 되게 하지 말고 경제 전쟁이 되게 하자”며 “경제 전쟁은 러시아에 나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에 제재 경고를 가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쉽게 성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자국의 중부 지역인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 러시아군이 진입한 것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한 4개 주가 아닌 새로운 지역으로 우크라이나의 광업·산업 중심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백악관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이) 만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의 장애물로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두 개인 사이의 감정 문제를 지목하면서 “앞으로 1∼2주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드러날 것이고 그 지점에서 내가 매우 강력하게 개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러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17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기도 했다. 루비오 장관은 당시 폭스뉴스에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이미 매우 혹독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고통을 주려면 몇 개월, 몇 년이 걸린다”며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순간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우리의 능력이 심각하게 줄어든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에 대한 고율 관세뿐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를 구입하는 국가들에 대한 2차 제재까지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도 꼭 순수하지는 않다”며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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