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지방자치 출범 이후 첫 기초자치단체 분리를 추진하는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이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고도 불안한 모습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통합창원시와 달리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은 정부부처의 무관심 속에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28일 인천시에 따르면 행정체제 개편은 2군 8구를 2026년 7월 1일부터 2군 9구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인천 중구와 동구를 합쳐 제물포구가 신설된다. 영종지역은 영종구로 새롭게 출범하고, 서구는 경인아라뱃길을 기준으로 남쪽을 서해구로 북쪽은 검단구로 나뉜다. 급변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주민 서비스 향상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민선 8기 인천시의 핵심 정책이다.
여기에 기존의 동서남북 방위식 명칭을 없애고 지역 특성에 맞는 지명으로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꾀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세수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인천의 경우 행정체제 개편에 드는 일회성 비용 약 300억 원과 공공인건비, 임시청사비용 등 연간 소요비용으로 163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30년까지 최소 행정기반 시설을 갖추는데 드는 비용은 1000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
여기에 사회기반시설(SOC) 확충까지 고려하면 천문학적 재정이 요구된다. 원도심인 제물포구는 기존 생활SOC는 생활체육시설 14곳, 공공문화시설 10곳 등 충분하다. 서구(서해구)도 현재 14곳의 생활체육시설이 남는다. 반면 신도심인 영종구와 검단구는 생활체육시설과 공공문화시설 각각 1곳이 전부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 증가비율이 큰 검단구가 가장 문제다. 검단구의 경우 2025년 약 20만 명에서 거주가 예정됐지만,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2030년 이후 대부분 종료되고 △교육시설 △의료시설 △문화·체육시설 등 각종 SOC와 기반시설 역시 이 시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이 같은 행정체제 개편 추진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 등에서 지원할 수 있는 법정근거가 지난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1소위에서 통과됐다는 점이다. 자칫 ‘깡통 자치구’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현행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는 2개 이상 기초자치단체가 통합하는 경우에만 재정을 지원할 수 있어, 인천시 행정체제개편처럼 신설하는 기초자치단체에는 해당이 안 된다. 통합창원시가 대표사례다. 당시 창원·마산·진해는 중앙정부 주도로 개편과 통합절차가 진행되면서 △행정·전산 통합비용 △자율통합지원금 △교육, 문화시설 조성 등의 2676억 원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이런 재정지원 근거 마련에도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불안요소는 여전히 많다. 시시각각 변화는 국회의 정치 상황이 그렇다. 재정근거가 법안 소위에 통과해도 앞으로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처럼 법안 통과 여부와 정당 간 협상,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이해관계까지 고려하면 인천시 행정체제개편까지 녹녹지 않은 일정이다.
여기에 통합창원시와 달리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중앙정부는 자치단체 간 통합을 추진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한발 빼는 모양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만이 인천시와 겨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런 탓에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에 직접적인 단체장들은 주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강범석 인천시 서구청장은 “분구가 예정된 서구의 현재 인구는 65만 명에 연간 예산이 1조 4000억 원인 반면 지방의 한 자치단체는 인구 5만에 예산이 8000억 원으로 인천시민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라며 “불공정한 대우를 해소하고자 추진한 인천시 행정체제개편이 오히려 구민들에게 여러 불편함만 안겨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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