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 공장이 들어설 만큼 인기였는데 이젠 안 팔려요"
폭발적 인기에 전 세계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라부부 인형의 '짝퉁'을 팔던 중국 모조품 업자들이 최근 "하나도 안 팔린다"며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한때 매달 '벤츠 한대 값'을 이익으로 남겼던 라부부 모조품 공장 운영자들은 최저가 경쟁으로 제살 파먹기에 나서고 있는데, 1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정품을 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은 광둥성 둥관시에서 라부부 모조품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탕밍 사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급격히 얼어붙는 모조품 시장 현황을 전했다. ‘라부부(Labubu·拉布布)’는 2015년 홍콩 작가 룽카싱이 북유럽 신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 2019년 상품화됐다. “못생겼지만 귀엽다”며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얻더니,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도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귀한 몸이 됐다.
원래 가방 공장을 운영하던 탕 사장은 라부부 인기가 치솟던 2024년 초 모조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종업계에서 숙련된 라부부 모조품 제조 전문 기술자를 고액으로 스카우트하고, 기존 직원 일부에게 라부부 가품 '맞춤형 교육'을 시키는 등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새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생산라인을 다시 깔고 새로 단장한 공장에서 정품을 정교하게 본뜬 최상급 모조품을 생산해 '대박'을 쳤다. 처음엔 동남아시아권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 삼아 모조품을 생산했는데 첫 달에만 만 개 이상이 팔려 3달 뒤 생산라인을 하나 더 늘려 하루 12시간 이상 공장을 돌렸다. 그렇게 반년 만에 벌어들인 이익은 그가 10년 가까이 운영한 가방 공장의 연간 총이익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업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국 본토 전역에까지 라부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5~6월에는 하루에만 6000개의 라부부 모조품을 생산하는 총력전을 펼쳤는데도 몰려드는 주문을 소화할 수 없었다. 탕 사장은 "올해는 매달 벤츠 한 대 값을 이익으로 남겼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익은 70%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다. 고객 주문이 뚝 끊겼고, 주변에 라부부 모조품 공장을 운영하는 다른 사장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기 시작했다.
원인은 라부부 IP를 보유한 팝마트의 판매 전략이 바뀐데 있었다. 지난 6월 18일 팝마트는 라부부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했는데 당연히 시작과 함께 전부 매진됐고 사전 판매를 통해 라부부를 구매하려면 적어도 9월 말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팝마트는 사전 판매와 함께 공식몰 앱을 통해 수차례 '물량 보충' 공지를 전했고 티몰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와 틱톡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서 대규모 물량을 풀기 시작했다.
희소성에 인기가 몰렸던 라부부의 정품 물량이 대거 풀리자 라부부 정품 중고시장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6월 16일 평균 거래가가 약 2280위안(약 44만5000원)이던 정품 중고 라부부 키링 가격은 하루만에 1181위안(약 23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렇게 가격이 폭락하자 정품 중고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6월17일 하루 정품 중고 거래량은 기존 평균 66회에서 559회로 치솟았고 18일에는 무려 2531회가 됐다. 모조품이 팔릴 수 없는 시장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결국 '짝퉁' 라부부 재고가 쌓이자 공장 사장들은 고민에 빠졌다. 탕 사장은 "이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철물 공장, 신발 공장, 옷 공장을 운영하던 업자들이 라부부 모조품 사업에 모두 뛰어들어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무조건 새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며 "이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모조품을 홍보하고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짝퉁' 단속도 한층 강화됐다. 지난달 14일 중국 국무원은 브리핑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세관이 3867만점의 위조 의심 물품을 적발했으며 이 가운데 라부부 가품이 상당부분 포함됐다고 밝혔다. 닝보 세관은 1년간 팝마트 지적재산권 침해 사건을 60건 적발하고 118만 점 이상을 압수했다.
최근 탕 사장의 공장이 위치한 둥관시 일부 지역에선 모조품 단속이 벌어져 다수의 관련 업자들이 적발,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서 또 다른 라부부 모조품 공장을 운영중인 아리 사장은 "지금은 누가 신고하는 게 제일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에서 상표권·지식재산권 침해는 강도높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익 규모나 판매액에 따라 10년 이상, 심지어 무기징역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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