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일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적용 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열며 관련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도입 9년째를 맞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수행할 기관투자자에게 '채찍과 당근'을 쥐어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스튜어드십코드 개선 및 이행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앞서 당정은 8월 20일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 관련 당정협의’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 경영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6년 제도 도입 후 9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거의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등이 주최한 이번 좌담회에는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과 김남근·정일영 의원,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최치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이승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주주권행사1팀장 등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 9년째를 맞았으나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과 은행, 증권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성향을 개선하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팀장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의 일환으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선정해 이들과 대화를 했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판단을 거쳐 개선 조치를 이뤘다"고 언급하자 "그렇게 막연하게만 이야기해선 평가를 할 수도 개선책을 낼 수도 없다"며 "기업에서 실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사를 사임하게 했다든가 해야 구체적 성과가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어정쩡하게 하면 안 되고 일본처럼 명확하게 성과를 내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원인과 관련해 "기관투자자의 합리적 무관심과 연관이 있다. 이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도 없다"며 "아무도 이행 점검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해결책은 합리적 무관심을 합리적 관심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잘 이행하는 회사에는 운용수수료를 차등화해 주는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이행이 미진하면 스튜어드십 코드 탈퇴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제반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사실상 우리나라 주주총회가 한번에 몰려 개최되고 직전에 안건이 나오고 있다는 점, 글로벌 사례와 비교할 때 협력적 주주관여 활동에 대한 제한이 크다는 점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제안과 같은 관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려 해도 지분 요건이나 주주제안의 범위 문제로 인한 현실적 한계가 크다"고 분석했다. 주주제안이란 일반 주주가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안하는 제도다. 그는 "미국처럼 주주제안 범위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경영진의 선의에만 기댈 게 아니라 제도 속에서 각자가 직접 참여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그 과정에서 불균형 운동장이 균형 잡힌 대화 통로가 되도록 하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의 핵심"이라며 "제도 개선에 대한 대안을 국회에서 열심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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