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나는 들깨, 옥수수, 감자……. 이 중 10%나 살아날까 싶어요. 벼는 모두 쭉정이가 될까 걱정돼요.” (김봉래 강릉시농민회 회장)
전례 없는 최악의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제한 급수’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물이 필수적인 자영업자와 농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절수로 인한 불편함을 겨우 버티고 있지만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생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강릉시의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산물 판매업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물을 많이 사용하는 데다 음식 판매를 위해서도 물을 반드시 사용해야 해 최대한 상수도 사용을 자제하고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며 “의식적으로 절수를 하고 있는 데다 설거지 거리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을 따로 구매해야 하니 불편함을 느끼는 상인들도 있다”고 밝혔다.
농민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농업용수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당장 시민의 삶과 직결된 식수 문제가 대두되다 보니 불편함을 표출하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농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각 지역 소방차들이 강릉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는 농업에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강릉시 농업계의 설명이다.
앞으로 가뭄이 더 이어진다면 실제 생업에 피해를 입는 농업인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봉래 강릉시농민회 회장은 “현재 벼농사가 중단된 지 4일째인데 여기서 10일만 더 지나면 벼 이삭이 아예 여물지 않아 가을에 쌀이 나올 수 없다”며 “가뭄이 병충해도 동반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릉 지역 농사는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릉에서 김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귀남 강릉 친환경 학교 급식협동조합장은 “밭에 따로 지하수 관정(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시설)이 없는 분들은 저 멀리 있는 수로에 파이프를 연결해서 겨우 밭까지 물을 끌고 가는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절수 방침이 있다 보니 김치를 만들 때도 소금물을 최대한 정수해서 사용하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가뭄 여파로 관광객이 줄자 숙박 업계도 울상이다. 강릉은 자영업자가 80%에 육박하는 만큼 관광객이 지역 경제를 떠받쳐야 하는데 가뭄 소식을 들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긴 상황이다. 막바지 여름휴가 수요를 포기한 채 휴업에 돌입한 숙박업소도 다수다. 스파나 수영장·목욕탕이 딸린 업소들도 절수로 타격을 입고 있다.
고성민 강릉청년소상공인협회장은 “현재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평균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례로 지금 시기 KTX는 점심 시간대에 예매가 어려워야 하는데 지금은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며 “절수로 운영하는 숙박업소가 줄어들면 관광객이 감소하고 방문자가 줄어들면 요식업이나 전통시장 매출도 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수지가 완전히 고갈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계획이 공유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1일 강릉 지역에 우천 예보가 있었으나 5㎜ 미만으로 내려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강릉의 올해 여름 강수량은 187.9㎜로 관측이 시작된 후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강릉시는 저수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경우 시간·격일제 급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