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메르세데스 벤츠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공시했다. 총 계약물량만 107GWh에 달하는 대규모 공급계약으로 액수로는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와 △미국 지역 내 총 75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2029년 7월~2037년 12월) △유럽 지역 내 총 32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2028년 8월~2035년 12월) 등 총 2건의 계약을 맺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2건의 계약 공급제품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 발표한 46시리즈 공급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로 전기차 약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해 “고객사와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에도 벤츠 측과 북미 및 기타지역에 총 50.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에도 구체적 공급제품 및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역시 46시리즈로 업계는 보고 있다. 46시리즈 제품으로만 벤츠와 총 150GWh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6시리즈를 바탕으로 벤츠와 굵직한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번 계약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끝에 거둔 성과를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벤츠는 그동안 CATL, 파라시스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주로 협력해왔다. 중국은 이번 수주전에서도 가격쟁력을 앞세웠으나 벤츠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36GWh 규모의 원통형 전용 생산 공장을 건설 중에 있다. 내년부터 46시리즈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시된 계약 중 판매·공급 지역이 미국인 75GWh 물량은 이 공장에서 공급될 전망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산업계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구축한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수익성 개선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K배터리의 유럽 시장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수주 물량이 늘 경우 향후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도 46시리즈 생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46시리즈는 지름 46mm, 높이 80~120mm 크기로 잘 알려져 있다. 기존 2170 제품과 비교해 에너지 및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공간 효율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에너지당 공정 횟수 감소로 제작에 필요한 시간 및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의 성능과 안전성을 강화한 모듈∙팩 솔루션 CAS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CAS는 고도화된 냉각 효율과 열 폭주 방지 성능을 제공하며 구조 강성을 강화해팩·모듈 조립 시 발생할 수 있는 뒤틀림을 방지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다수 고객사과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 리비안과 67GWh 물량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6월 중국 체리자동차와 6년간 총 8GWh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체리자동차 건은 중국 완성차 업체 대상 첫 대규모 수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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