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구속기소 된 통일교 인사에게 고가 가방을 선물받으며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특검의 첫 조사에 앞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밝혔지만 특검팀은 공소장에 “국정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이라고 못박았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확보한 김건희 특검의 김 여사 공소장에 따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각각 802만 원, 1271만 원, 6220만 원에 달하는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 총 8293만 원 상당의 금품을 선물했다.
구체적으로 전 씨는 2022년 4월께 윤 씨의 청탁인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내용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같은 해 7월에는 1271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이 전달됐다고 한다. 또 윤 씨는 7월 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 씨를 만나 ‘통일교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에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이 방문하는데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줬다고 한다. 다만 8월에 열린 이 행사에는 당시 교육부 장관이 공석 상태라 청탁은 성사되지 않았다.
특검은 전 씨가 윤 씨에게 받은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 등이 청탁과 함께 김 여사에게 실제 전달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샤넬백을 받은 김 여사는 같은 해 7월 15일 윤 씨에게 직접 전화해 ‘정부 차원에서 도울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특검팀은 이 샤넬백이나 그라프 목걸이 실물은 발견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통일교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데 큰 도움을 줬고 김 여사도 이 과정에서 힘을 썼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했다. 공소장을 보면 ‘김 여사와 전 씨는 20대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통일교의 도움이 매우 컸으므로, 전 씨가 김 여사를 대신해 통일교를 접촉해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적시됐다. 김 여사는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2022년 3월 30일께 윤 씨에게 전화해 “(한학자 통일교) 총재님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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