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TV홈쇼핑 프로그램에 스타급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유진, 성유리, 장신영, 한예슬, 이유리, 유인나, 안재현, 안선영, 최화정, 염경환까지. 인지도와 화제성을 등에 업고 회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현역 연예인을 섭외하는 홈쇼핑 채널이 늘고 있는 거죠.
TV 시청률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홈쇼핑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모바일부터 OTT 플랫폼까지 판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점점 치열해지는 유통 경쟁에 탑급 연예인을 내세운 '스타 마케팅'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명 쇼호스트와 연예인 쇼호스트의 '숏폼' 조회수 차이는 5~6배가량 난다고 합니다. 한 번 촬영하면 다양한 채널에 홍보되는 시대에 연예인 활용은 '가성비'가 높아, 방송국과 판매업체, 연예인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협업으로 점점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새입니다.
소유진·성유리…스타급 연예인들의 이유 있는 ‘홈쇼핑’ 행
최근 GS샵은 자사 채널에서 배우 소유진이 진행하는 TV홈쇼핑 프로그램의 누적 주문액이 1년 사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유진이 대표 진행자인 리빙 종합 프로그램인 '소유진쇼'는 최근 첫 방송 1주년을 맞았는데, 해당 기간 동안 소유진은 총 107개 상품을 소개해 누적 주문액만 10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최대 주문액을 기록한 방송은 미닉스 음식물처리기(25억원), 다이슨 에어랩(15억9000만원), 삼성 에어컨(14억2000만원) 등의 순이었고, 최대 주문 건수 방송은 엠팍 오렌지(1만1930건), 고등어밥상(1만736건), 베키아에누보(8946건)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엠팍 오렌지는 세트당 10㎏ 상품으로, 방송일에 판매한 오렌지는 무려 120t(톤)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에 물건을 판매하는 협력사 사장님들도 소유진쇼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소유진은 매 방송마다 집에서 상품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공개하는 등 상품에 대한 신뢰를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에서 초등학생 자녀인 가족 얘기를 자주 해 고객들의 공감이 더욱 컸다는 후문입니다.
GS샵은 소유진쇼의 성공을 토대로 신규 프로그램 '성유리 에디션'도 지난 5월부터 론칭시켰습니다. 그룹 '핑클' 출신 배우 성유리가 직접 선택한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성유리의 '워너비 라이프스타일(Wannabe Lifestyle)' 편집 매장을 콘셉트로 홈쇼핑 방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 여름 폭염 당시 '성유리 에디션'을 통해 판매한 '로라애슐리 양우산'은 방송 30분 만에 2000세트 주문을 달성하며 순식간에 1억 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죠. 활동 중단 2년 만의 방송 복귀여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TV 넘어 모바일, OTT까지…쇼핑의 진화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쇼를 통해 배우 한예슬의 '오늘 뭐 입지', 유인나의 '겟잇뷰티', 박세리의 '큰쏜언니 BIG세리', 브라이언의 '브티나는 생활' 등 스타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MLC) 방송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입니다.
한예슬은 해당 방송에서 옷을 직접 입어보고 가방도 살펴보면서 제품의 스타일과 특징, 품질 등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청자들은 당연히 열광했고, 한예슬이 출연한 영상들은 숏폼으로 만들어져 누적 조회수만 1000만회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특히 CJ온스타일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에서 '쇼핑 쇼츠'를 최근 선보이며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주문 금액이 월평균 174%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예인의 스타 마케팅과 숏폼, 라방을 필두로 올 상반기 CJ온스타일의 MLC 부문 거래액은 2212억원(전년 동기 대비 47.1% 증가)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9% 증가한 7481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죠.
방송국이나 판매업체만 큰 돈을 만진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연예인들 역시 기존 TV홈쇼핑 방송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홈쇼핑 방송 출연을 선호하고 있으며, 먼저 섭외 요청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해집니다. 다른 방송이나 작품 출연보다 홈쇼핑 방송이 투입 시간도 짧고 부담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홈쇼핑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얼마나 벌까요. MBC 공개 개그맨 출신으로 오랜 기간 쇼호스트로 활동해 온 원조 연예인 쇼호스트 안성영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 달에 20~30회 방송해 60분 기준 1500만원을 받는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습니다. 개그맨 염경환 역시 하루에 3~4개 방송으로 지금까지 50억 원 넘게 벌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수요가 맞물린 상황에서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연예인 쇼호스트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CJ온스타일은 연예인을 내세운 자사의 MLC 방송 IP(지식재산권)를 연내 5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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