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생산업체로 경쟁업체인 서울반도체(046890)의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기소된 대만 기업 에버라이트가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외국 법인이라 하더라도 주요 범행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면 한국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는 구체적인 첫 판단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에버라이트에 대해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6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서울반도체 소속이던 A씨 등 3명이 에버라이트로 이직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직 과정에서 서울반도체의 LED 산업 관련 기술을 에버라이트에 유출했다. 이에 검찰은 이들을 산업기술 유출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에버라이트 역시 ‘양벌규정’을 적용해 함께 재판에 넘겼다. 양벌규정이란 법률 위반 시 위반자 개인뿐 아니라 소속된 법인에도 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한 규정이다.
쟁점은 양벌규정 적용과 관련해 외국 법인에 대한 대한민국 형사재판권 권한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일부 유죄를 인정하고 에버라이트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에버라이트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서울반도체의 기술이 단순한 영업비밀을 넘어 국가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을 6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회사 종업원들 사이에서 영업비밀의 누설·취득 등에 대해 의사합치가 있었고, 그에 따라 영업비밀 열람·촬영 및 무단 유출 행위가 대한민국 내에서 이뤄졌다”며 “일부 행위가 해외에서 발생했더라도 피고인 회사가 대한민국 내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종업원들의 위반행위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피고인 회사의 범죄구성요건적 행위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며 “종업원들이 대한민국 내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피고인 회사도 대한민국에서 죄를 범한 것이므로 대한민국의 형벌규정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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