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기업과 정부의 총력 대응에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HL-GA 배터리 회사) 구금 사태가 조기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현지 투자 기업들에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인 직원만 300여 명이 동시 구금됐던 만큼 기존 출국 관행 재검토, 현지 인력 충원에 따른 공장 건설 및 투자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LG에너지솔루션 및 협력사 한국 직원 300여 명에 대한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지만 국내 산업계는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정부와 미국 간 남은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임직원 안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미국으로 급거 출국한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O) 전무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력 업체를 포함해 직원들의 신속한 조기 석방이 최우선”이라며 “정부에서도 총력을 다해 대응하는 만큼 모두의 안전하고 신속한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당장 임직원의 미국 출장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비자 취득 등 현지 근무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일 “임직원들의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고객 미팅 등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하고 현재 출장자는 업무 현황 등을 고려해 즉시 귀국 또는 숙소에 대기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현대차(005380) 역시 임직원에게 당분간 미국 출장을 최소화하고 필수 불가결한 일이 아니면 출장을 보류하도록 내부 지침을 내렸다.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던 HL-GA 건설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23년 하반기 착공한 이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5조 7000억 원을 투입해 건설해왔다. 문제는 HL-GA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조선·반도체·자동차 등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짓는 모든 기업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60조 원을 투입해 미국 10개 지역에 생산기지를 건설할 예정이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5조 4000억 원을 들여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3만 대 규모의 로봇 공장 건설 계획도 갖고 있다.
업계는 관행적으로 활용해온 B1 비자나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한 미국 출장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 직간접 고용한 근로자 및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려면 전문직 비자인 ‘H-1b’가 필요하다. 하지만 H-1b 비자는 미국에서 연간 약 8만 5000명에 한해 제한적으로 발급돼 적시에 적정 인력 파견이 어려웠다.
이 경우 현지 인력 확충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에 인력 확보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미국에 짓는 공장은 대부분 도시가 아닌 외곽에 위치해 인력 확보가 어렵다”면서 “국내 인력 파견을 최소화하면서 대체 인력을 확보하기가 만만찮고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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