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와 근로 혐의로 체포됐던 한국인 300여 명이 곧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7일 “정부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이 한마음으로 신속 대응한 결과 구금된 국민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면서 “행정절차가 남아 있고,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국민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신속 총력 대응을 지시한 뒤 하루 만에 나온 결과다.
최악의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미국 불법체류 단속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사태는 동맹국의 대규모 투자 현장을 기습적으로 덮쳤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 불과 열흘 뒤 장기적으로 9조 원이 투입되는 동맹국 투자 현장을 단속 타깃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대해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트럼피즘’식 반이민·제조업 강화 기조 속에 대미 투자가 언제든 정치적 변수에 휘둘릴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공개한 체포 영상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다수의 헬기와 군용 차량이 동원됐고 직원들은 수갑을 찬 채 허리와 다리에 쇠사슬까지 묶여 끌려갔다. 국민들은 전쟁포로 취급당하는 우리 근로자들을 보고 경악했다. 미국 극우 공화당원의 정치적 목적에서 촉발된 막무가내식 단속을 이해할 수 없지만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 대규모 작전을 눈치조차 못 챈 우리 외교력의 허점도 뼈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근로자들은 곧 풀려나겠지만 B1·B2 단기 비자나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해 근로해야 하는 불법적 상황은 속히 개선해야 한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라도 정식 취업 비자 쿼터를 충분히 발급하도록 미국 측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 확대에 발맞춰 우리 근로자들의 신변 안전 보장과 사증 발급 절차 개선 등 인력 관리 시스템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 한미 경제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사태가 다시 또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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