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6선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당 간사로 내정된 5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간 다툼이 볼썽사납다. 최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개혁 논란이 일자 나 의원은 초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에게 “초선은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쏘아붙였다. 며칠 뒤 회의에서는 추 위원장이 나 의원을 향해 “5선씩이나 되시면서…”라고 공격했고 나 의원은 “5선씩이나가 뭐냐”라며 되받아쳤다. 나 의원은 “공산당보다 더한 조폭 회의”라고 몰아붙였고 추 위원장은 분노를 참지 못해 손을 떨었다.
두 의원은 한때 날카로운 정책 비판으로 ‘추다르크’ ‘나다르크’ 별명을 얻었던 예리함은 온데간데없고 국민 눈살만 찌푸리게 하는 ‘추나(秋羅) 대전’의 악역이 됐다. 여야 법사위 의원들도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고성을 지르고 삿대질을 한다. 법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는 자취를 감췄고 상대방을 겨냥한 날 선 ‘말폭탄’만 날아든다.
반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정치 이념과 색채는 다르지만 공감 정치를 펼치고 있다.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멜로니 총리는 극우 정치인으로 분류되고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도 보수에 속한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전까지만 해도 반(反)이민, 반(反)유럽통합 등 극우 성향을 보였지만 취임 후에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개혁에 중점을 두며 친유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구 언론이 “유럽 미래를 손에 쥔 두 여성이 예상 밖의 동맹 관계에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무티(Mutti·엄마) 리더십’으로 16년간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도 상생과 포용의 대명사로 꼽힌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메르켈 총리에게 한 기자가 “정치에도 물리법칙이 적용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질량이 없으면 깊이도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추·나 두 의원에게 상생의 정치를 기대하는 게 가능의 범주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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