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의 경영권 분쟁 속에 미중 간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해 고려아연의 전략적 안보 가치가 치솟고 있다. 특히 ‘하이니켈 양극 전구체 제조·공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만큼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가시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및 기술 안보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정제 아연과 인듐은 글로벌 생산량 1위에 올라 있다. 정제 아연은 지난해 82만 톤가량을 생산했는데 연간 1300만~1400만 톤인 전 세계 생산량을 고려할 때 단일 기업이 6%를 차지할 정도다. 휴대폰 화면과 TV 디스플레이, 광섬유 등에 사용되는 인듐 역시 고려아연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1%인 150톤을 차지한다. 아연과 인듐의 최대 생산국은 중국이어서 ‘자원 무기화’ 가능성이 자주 언급돼 그때마다 고려아연의 안보적 가치도 재조명받고 있다.
실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 최대 방산 업체인 록히드마틴이 고려아연과 게르마늄 장기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고려아연은 이에 따라 울산 온산제련소에 1400억 원을 투자해 고순도 게르마늄 생산 공장을 건설, 2027년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이 방위산업 핵심 소재인 안티모니의 수출을 중단하자 미국 기업들이 SOS를 치고 나서 고려아연은 올해 안티모니 미국 수출을 100톤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240톤을 수출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국내 기업들에도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의 전구체와 니켈 황산을 공급받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이 보유한 하이니켈 양극 전구체 제조·공정 기술이 지난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거나 중국 자본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정부 개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황산아연 용액에서 적철석으로 철을 회수하는 헤마타이트 공법과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 역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M&A,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요 제품과 원료·소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온산제련소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면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자원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