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캐릭터 호랑이 ‘더피’와 까치 ‘수지’의 원형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까치호랑이(虎鵲·호작) 그림의 원류와 민화 걸작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조선에서 즐겨 그려진 다양한 호작도를 전시하는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을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했던 동물로 민화 등 전통 미술의 중요한 소재로 다뤄져왔다. 특히 호랑이는 액운을 막아준다고 여겨져 호피도까지 그려 장식할 정도였다. 길한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 역시 인기가 높아 까치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호작도는 조선후기 민화의 대표적 주제로 자리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까치호랑이와 관련된 작품 7점이 전시되는데 특히 1592년 ‘호작도’는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까치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중국 원나라에서 정립된 호작도 형식이 한국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과 민화가 아닌 일반회화 형식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하다. 또 그림 속 호랑이와 까치는 여우와 이리가 호랑이를 가장해 위세 부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은 것을 기뻐하는 새인 '경조(驚鳥)', 호랑이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군자의 비범함으로 해석한 '유호(乳虎)' 등의 면면이 결합돼 있어 흥미롭다. 전형적인 까치호랑이 그림이자 이 형식의 원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호작도는 조선 후기인 19세기 들어 민화의 소재로 크게 유행했는데 이때 민화 특유의 해학이 더해져 당대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산신이 까치를 시켜 호랑이에게 신탁을 전달한다는 민속신앙적 해석 등이 추가됐다. 이런 면모는 추상적 표현법이 피카소의 화풍을 연상시킨다하여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는 19세기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노란 호피와 검은 먹선의 강렬한 대비와 해학적인 호랑이 표정이 재밌다. 그림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으며 까치호랑이 민화의 대표작으로도 평가받는다.
이밖에도 전시에서는 1874년 신재현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호작도’와 호피 장막을 그린 ‘호피장막도’, 조선 화단의 거장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송하맹호도’도 만날 수 있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 은 “430년 전 조상들이 그린 호랑이가 오늘날 K-컬처 아이콘이 되는 한국 미술의 시간여행을 전시에 담았다"며 "전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캐릭터의 원류를 확인하고,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며, 고미술 상설전과 함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리움스토어에서는 엽서부터 종이부채, 머그, 에코백, 담요, 일회용 카메라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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