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각이 근사한 분들을 보면 좋아서 돌아버릴 것 같아요. 오늘 제 무대가 아주 신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합니다"
6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2025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이하 아포페)’ 무대에 오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이렇게 말하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해금연주가 강은일과 협연해 국악과 재즈가 어우러진 특별한 음악을 들려준 후 이날 공연의 의미를 재차 짚었다. 웅산은 "여러분이 구매하신 티켓 한장이 어린 친구들이 예술적 꿈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강은일 역시 “많은 친구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의 설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동참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며 웃었다.
두 사람의 말처럼 아포페는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가 주최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무대는 예술 관람을 위한 티켓 구매가 곧장 예술 후원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기부 축제'다. 후원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후원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기획됐다. 아르코 창립 50주년을 맞아 2023년 첫 선을 보인 후 매해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는 연간 총 3회로 규모가 확대됐다.
회차마다 공연 장소와 관객 층이 다른데 이날 아포페는 1회차로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는 피크닉형 페스티벌로 꾸며졌다. 현장에는 즉석 셀프 타투나 페이스페인팅을 체험할 수 있는 무료 부스와 소액을 기부하면 다양한 굿즈를 제공하거나 헤어피스 스타일링 등을 경험하도록 한 유료 부스가 각각 운영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예술을 우리가 함께 키워야 할 나무로 형상화한 '예술나무' 브랜드와 후원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퀴즈, 룰렛, 추첨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곳에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꿈밭펀딩'으로 연계돼 대학로의 상징 학전극장 자리에 새롭게 개관한 어린이·청소년 전용 극장 '아르코꿈밭극장'의 운영에 활용된다.
아포페의 핵심인 공연도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세심히 꾸려졌다. 대중음악부터 록, 재즈,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6팀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애니메이션 록'으로 주목받는 밴드 까치산이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힙합 아티스트 원슈타인이 '회전목마'와 '존재만으로' 등을 노래하며 초가을의 청량함을 선물했다. 오후 5시께 갑작스레 비가 내렸지만 자리를 뜨거나 동요하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주최 측이 미리 나눠준 우비를 챙겨 입으며 다음 무대를 기다렸는데 빗줄기가 굵어질 수록 오히려 열기가 더해지는 듯도 보였다. 때마침 무대에 오른 선우정아의 선곡이 기막히기도 했는데 "햇빛을 원해"라는 가사에 웃음이 터졌고 "비온다"는 노래는 떼창을 이끌어냈다.
주최 측의 기민한 대처도 돋보였다. 비가 거세지자 무대 전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의 노련함으로 불편을 최소화했다. 생수와 에너지 드링크를 무한정 제공하는가 하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접어 쓰는 종이 모자를 나누기도 했다. 무대 양쪽으로 대형 화면을 배치해 자막으로 가사를 띄우는 한편 수어 통역까지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 속에서 이날을 함께한 6000여명이 저마다의 행복을 만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이 함께 아포페를 찾았다는 이지은(44)씨는 "아포페는 미취학 아동의 티켓이 무료이고 외부 음식 반입도 허용돼 4인 가족이 6만 원 남짓한 금액으로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며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보기 드문 축제인데 후원까지 된다고 하니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웅산X강은일, 김태우, 박정현이 부르는 아름다운 곡들이 가을 밤을 수 놓으며 축제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아포페는 13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무료로 열리는 2회로 이어진다. 연극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의 쇼케이스가 펼쳐진 후 대학로 베테랑 배우들의 싱어롱 콘서트로 마무리되는 무대다. 마지막 3회차는 21일 경기 광주 뉴서울CC에서 프라이빗하게 열린다. 뮤지컬 음악감독이자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한정림과 국악 유튜버 '야금야금'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아포페 측 관계자는 “예술을 키우는 후원인 ‘예술나무’에 대한 관심이 느리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분 좋은 관객 경험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할 테니 2,3회차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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