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탄소섬유 고체 엔진 시험을 참관했다. 정권 수립 77주년 기념일(9·9절)에 맞춰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북중러 결속을 다진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에 이은 대미 압박 행보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탄소섬유 복합 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출력 탄소섬유 고체 발동기 개발이라는 경이적인 결실은 최근 우리가 진행한 국방 기술 현대화 사업에서 가장 전략적인 성격을 띠는 성과”라며 “핵전략 무력 확대·강화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발동기의 최대 추진력은 1971kN(킬로뉴턴)”이라고 엔진 성능을 자세히 소개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세부 재원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아 이러한 설명은 대외용 성격이 강하다.
김 위원장은 1일 중국 방문에 앞서 함흥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소를 찾아 차세대 ICBM ‘화성-20형’ 개발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에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20형’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이 이번 시험을 ‘마지막’이라고 강조한 만큼 연내 시험 발사 가능성까지도 언급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이 ICBM을)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제9차 당대회의 축포용으로 활용하면서, 대미 협상을 앞두고 핵보유국 인정을 압박하기 위해 연내 시험 발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는 지난해 10월 말 ‘화성-19형’이 마지막이다. 만일 신형 ICBM 발사를 진행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한편 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9절’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도 보도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조(북중) 관계를 훌륭하게 수호하고 공고히 하며 훌륭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일관하고도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언급하며 “당신과 다시 상봉하고 두 당, 두 나라의 관계 발전을 위한 설계도를 공동으로 마련했다”고도 부연했다.
시 주석의 축전은 노동신문 1면에도 소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전은 5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