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 근로자 300여 명을 귀국시킬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행 B747-8i 전세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 여객기는 368석 규모로 이달 4일부터 구금돼 있는 한국인 300여 명 모두를 한번에 탑승시킬 수 있다. 석방 행정절차 마무리를 위해 방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직무대행과 만나 ‘자진 출국’과 ‘추방’ 등 세부적 형식을 조율할 계획이다.
최악의 무더기 구금 사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섰지만 후폭풍이 크고 불안 요소도 많다. 당장 한국 정부가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 기업인들을 자진 출국 형태로 석방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추방(deportation)”이라는 표현을 썼다. 만약 구금자들이 추방된다면 큰 불이익을 받는 만큼 끝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불법 체류 상태에서 자진 출국할 경우에도 비자 종류와 체류 기간에 따라 미국 입국 제한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양국의 고위급 협의를 통해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동맹국 근로자 수백 명을 수갑과 쇠사슬로 묶어 끌고 간 행위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일도 중요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확실한 재발 방지 약속과 유감 표명을 받아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구금 사태에 대해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금 사태는 물론 관세 협상의 완전 타결을 위한 실무 협의까지 한 치의 국격과 국익의 손상도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관세 실무 협의에서 논의 중인 한국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신속하게 결정해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한미 합의가 빨리 발효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국민 안전과 국익 수호를 위해 보다 치밀한 전략으로 한미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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