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윤동일 씨의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9일 윤 씨 사건에 대한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검찰은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하며 “오랜 시간 고통받았을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은 “피해자 자백과 불법 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된 이상 피고인의 자백에 임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윤 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피고인이 사망했고 기억의 한계 등으로 실체적 진실에 장애가 많음에도 피고인측의 증거신청을 다 받아주고 꼼꼼히 증거조사를 해준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2019년 9월 진범 이춘재가 검거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9차 살인사건 피해자 속옷 감정이 이루어지면서 풀렸다”며 “피해자 정 모 씨는 법정에서 당시 수사기관이 자신의 진술을 왜곡하고 서명날인을 강요하는 압박을 했고 자신은 서명날인을 거부했다. 이는 피해자가 결론을 정해놓은 수사에 저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도 “아무리 재심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검찰에서 무죄를 구형한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편으론 불법구금, 불법연행 등 조작 수사가 검찰에 송치됐을 때 왜 걸러지지 않았을까 기소된 후 법원에서 왜 걸러지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윤 씨는 1990년 11월 15일, 19세 나이에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 용의자로 불법 연행돼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잠을 재우지 않거나 폭행을 당하는 고문 끝에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이후 DNA 검사에서 범인이 아님이 확인됐지만, 별도의 강제추행 사건 용의자로 다시 기소돼 1991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기각돼 판결은 확정됐다. 결국 윤 씨는 석방 10개월 뒤 암 진단을 받고 1997년 9월 세상을 떠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화성 연쇄살인사건 관련 조사에서 “다수 용의자에 대해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윤 씨의 재심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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