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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단상(斷想)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문명사 대전환…미중 AI 패권 경쟁

AI주권·K-문화 결합해 시너지 내야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의 거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 혁신을 넘어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촉발하며 사회 전체의 구조를 재편했듯이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열고 있다. 한때 증기기관의 소음과 매연을 우려했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 효율성이 인류의 진보를 향한 열망을 막지 못했듯이 AI의 단점과 부정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새로운 힘을 수용하고 진화시켜야 할 숙명 앞에 놓여 있다.

이 거대한 전환점에서 우리가 단순한 AI의 소비자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문명의 생산자이자 창조자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압도적인 교육열과 첨단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어 AI 문명을 선도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기술의 본질을 꿰뚫고 이 새로운 시대의 주체로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간의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미래 AI 생태계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전쟁이다. 양국은 자국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전 세계에 확산시켜 다른 국가들이 자국의 기술에 종속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는 AI를 수출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영원히 수입에 의존하는 ‘AI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보의 가치가 곧 힘이 되는 ‘정보 사회’의 패러다임과 깊이 연결된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해 챗GPT, 제미나이, 코파일럿 등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그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흡수하며 정보의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이는 과거 할리우드 영화가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 기반의 강력한 헤게모니를 구축하는 행위이다. 반면 중국은 딥시크와 같은 저전력 오픈소스 모델을 ‘컴퓨터 사막’이라 불리는 개발도상국에 무료로 사용케 하여 또 다른 형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어 한다.



인류는 이제 AI가 인간을 대신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몇년 후에는 특정 서비스의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하며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배달 플랫폼은 자체 에이전트를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에이전트와 직접 교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이는 마치 여행사의 AI 에이전트가 항공, 숙박, 렌터카사 등의 AI 에이전트와 교신하며 여행 계획을 완성하는 것과 같이 모든 비즈니스가 AI 에이전트 간의 상호작용으로 재편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면 기존의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은 빠르게 잠식당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이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기하급수적(J-curve)이라는 것을 증명하며, AI가 모든 산업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AI 주권이란 국가가 자체적인 LLM, 컴퓨팅 파워,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유명 AI 연구자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AI는 새로운 전기”라고 비유했듯이 AI는 이제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동력이자 새로운 문명의 기반이다. 만약 우리가 AI 주권을 상실한다면 마치 전력 시스템을 타국에 의존하듯 AI 기술과 지식에 종속될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 핵보유국이나 산유국이 가졌던 힘을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권력이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전력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최첨단 AI 인프라를 조성하고,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면 우리는 AI 3강 구도에 진입할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소버린 AI 사업자로 선정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엔씨에이아이, LG AI연구원 등의 노력은 이러한 국가적 AI 주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AI가 가져올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문명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할 때이다. 여기에 요즘 전 세계에 미치고 있는 K-문화의 영향력을 더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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