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15일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한다.
삼성은 이 씨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씨는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15일 입대해 11주의 훈련을 거쳐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이 씨의 보직과 복무 부대는 교육 훈련 성적, 군 특기별 인력 수요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이 씨는 2000년 미국에서 출생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군 복무를 이행하기 위해 학사 장교 시험을 치렀고 해군 장교로 입대하게 됐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보유한 병역의무 대상자가 자원 입영을 신청한 사례는 한 해 평균 100여 명에 불과하다.
이 씨의 입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이 회장도 군 복무를 권하면서 이 씨가 입대를 결심했다. 이 씨는 군 복무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일반 병사로 입대할 수도 있지만 평균 복무 기간이 39개월에 달하는 장교로 임관하는 길을 선택했다. 재계 관계자는 “복수국적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영해를 지키는 해군 장교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라며 “미국 시민권까지 버리고 군 복무를 선택한 것은 공동체를 위한 모범 사례로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주요 기업인들과 자녀의 군 복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스웨덴 대기업 발렌베리그룹의 창업주 가문인 발렌베리가는 창업자 앙드레 오스카르 발렌베리 등 가문 일원들이 5대에 걸쳐 해군 장교로 복무해온 전통이 있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존 D 록펠러의 손자들 일부도 장교로 복무하며 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록펠러의 외아들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3남 로런스 S 록펠러와 4남 윈스럽 록펠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각 해군 장교와 육군 장교로 참전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