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펀드 규모가 당초 100조 원에서 150조 원으로 커진 점이다. 정권 차원의 정책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사들은 마중물 역할을 맡아 국민성장펀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날 보고대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펀드의 성공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건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원 방식도 대대적으로 개편해 우리 경제를 선도할 핵심 산업과 프로젝트에 대규모 장기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앞서 펀드 조성 전략을 발표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에서 75조 원, 민간에서 75조 원, 총 150조 원 규모로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며 “연기금과 국민이 참여해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자금 유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은행 출자 시 위험 가중치를 완화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모험자본 투자와 연기금 투자풀 투자 대상에도 해당 펀드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금융 등의 여유 자금도 참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대통령실의 고위 관계자는 “이들 민간의 여유 자금이 추가되면서 150조 원으로 펀드 규모를 확대 시킬 수 있었다”며 “재원 조달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방식도 기존의 단기 대출 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방식을 총동원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권 부위원장은 “직접 지분 투자, 인프라 장기 투·융자, 대규모 펀드 조성, 초저리 대출 등 새로운 기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예를 들어 직접 지분 투자에 15조 원, 인프라 투·융자에 50조 원을 배정하고 간접투자에는 35조 원, 초저리 대출에도 50조 원가량을 편성한다.
정부는 또 담보 보증과 예대 마진 중심의 고질적 금융 산업의 문제도 함께 해소해나갈 방침이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의 근본적인 틀과 판을 바꾸겠다”며 “은행의 자금 중계 기능을 혁신하는 한편 초거대 투자은행(IB) 육성, 모험 자본과 벤처 생태계, 코스닥 시장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금융회사 대표들과 기업인들은 벤처 생태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산분리 해소를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자금이 부동산에만 쏠려 있는데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국민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정부가 맨 밑단을 받치고, 은행과 기업이 중간을 받치고, 국민이 선순위로 들어오면 윈윈 구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대출에 익숙하게 돈을 벌었다. 저도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금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진 회장은 “금융 대전환을 위해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며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관련 금산분리를 완화해 위탁운용사(GP)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파이가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CVC(규제)라도 해소되면 셀트리온이 5000만 원 투자하게 될 때 은행은 5억 원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금산분리 때문에 대기업이 후배 양성 투자를 자유롭게 하기 어렵다. 악용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포지티브 방식 허용을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민간 펀드를 1조 원까지 키울 수 있다. 민·관·금융이 함께 들어오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펀드의 성패와 관련해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구안’을 강조하자 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성패는 ‘누가 선구안을 갖고 (투자 대상을) 고르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1호 체계를 기반으로 2년 내 2호 펀드를 기획해 해외투자까지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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