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의 주원료인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9년 만에 국회에서 처음으로 논의를 통과했다. ‘담배’ 정의가 바뀌는 것은 1988년 담배사업법이 제정된 이후 37년 만이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합성니코틴은 기존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만을 담배로 정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합성니코틴 제품은 법적 담배 범주에서 빠져 있어 △건강 경고 문구와 그림 의무 표시 △광고·판촉 규제 △온라인·무인점포 판매 제한 △과세 적용 등 기본적인 안전 장치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합성니코틴은 천연니코틴보다 저렴해 전자담배 원료로 널리 쓰였지만,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어서 세금 부과나 판매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연초 니코틴보다 1.9배 많은 유해물질이 검출되면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규제 공백 속에서 청소년들은 무인점포와 온라인을 통해 합성니코틴 제품을 손쉽게 구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과일향·디저트향·캐릭터 디자인을 내세운 마케팅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사용 확산에 불을 지핀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질병관리청의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서도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현재 사용률은 3.1% 수준이었으며, 특히 여학생은 궐련 흡연률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사용률은 더 높아져 남학생 3.8%, 여학생 2.4%로 집계됐다. 이는 청소년 흡연의 중심축이 기존 궐련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빠르게 이동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번 개정안에는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전자담배 소매점 간 일정 거리를 두도록 하는 거리 제한 규정의 시행을 2년간 유예해, 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합성니코틴 규제 논의는 2016년 시작됐으나 업계 반발로 번번이 좌초됐다. 그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연구 용역에서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 논의에서는 유사 니코틴류에 대한 규제는 빠져 후속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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