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할 방법으로 ‘엔드(END)’ 전략을 제시하면서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 데뷔전을 치렀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첫 기조연설에 나섰다. 짙은 남색 정장에 사선 무늬 넥타이를 착용했고 왼쪽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낮 12시 49분 190여개 국가 중 7번째로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20분간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이 대통령은 먼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저력을 역설했다. “친위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의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한 이 대통령은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대한민국의 것인 동시에, 전 세계의 것이 될 것”이라며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반도 대결 종식의 방법론으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의미하는 ‘엔드(END)’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가장 확실한 평화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며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공존의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한민국’ 33회, ‘평화’ 25회, ‘민주주의’ 12회, ‘한반도’를 8회 언급됐다. 연설 도중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를 선언한 대목과 북한을 향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그리고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의 길을 향해 우리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