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직업이 없습니까?” “무직입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영부인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24일. 김건희 여사는 중앙지법 형사27부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가 인적 사항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날 김 여사는 검은색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8월 영장실질심사 당시와 유사한 검은색 정장에 흰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정장 왼쪽 가슴 부분에는 수용번호 ‘4398’이 적힌 배지를 달았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는 긴장한 듯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통일교 청탁 의혹(알선수재) 등 공소사실의 요지를 진술했다. 특검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리를 우선 진행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 순으로 심리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김 여사는 의자에 등을 기대 앉은 채 특검 측의 공소사실 진술을 들었고 때때로 좌우에 앉은 변호인들과 함께 서류를 살펴봤다.
김 여사 측은 기소된 세 가지 혐의 모두를 전면 부인했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과거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이 의미를 두기 어려운 일부 증거만을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명태균을 통해 별도의 여론조사를 실시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과 김 여사 측은 증거기록 등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여사 측이 “증거기록 열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특검 측은 “도이치 사건은 열람 및 등사가 완료됐고, 공천 개입 사건은 언제든 열람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여사 측은 “상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도이치 건의 등사는 완료됐으나 특검이 검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아직 36건을 받지 못했다”고 재반박했다.
재판부는 특검법상 1심 6개월 이내 마무리 규정을 고려해 향후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0월 중 열리는 4차례의 공판에서는 특검 측 증인 주신문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핵심 증인 27명에 대한 특검 측 주신문을 10월 공판에서 끝내겠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은 11월부터 진행된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 일정 조율을 위해 26일을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하고 수사 인력도 보강하기로 했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법상 수사 기간인 90일이 이달 28일 종료돼 이재명 대통령과 국회에 연장 승인을 서면으로 보고했다”며 “연장 기간은 30일로 오는 10월 28일까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무실을 확충해 특검보와 파견 공무원을 추가 배치할 예정”이라며 “각 팀별 수요를 조사해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특검의 수사 기간은 30일 단위로 최대 세 차례 연장해 최장 150일까지 가능했으나 최근 여권 주도로 특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장 180일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김건희 특검팀은 특검보 2명,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을 추가로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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