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폐기물 재활용업체 5곳을 사들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확대한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투PE는 창우알에스·인천리사이클링·기은알에스·기은솔루션·청그린 등 5곳을 715억 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한투PE는 기은그룹에 속한 폐기물 업체들을 통째로 인수함으로써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 폐기물 수집·선별·재활용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투자 재원은 올 초 54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인 한국투자2024사모투자합자회사(PEF)다. 이 펀드는 한투PE가 설립 후 최대 규모로 결성했으며, 지난 6월에도 이 자금을 활용해 경기도 평택의 폐기물 재활용 전문기업 주원을 인수한 바 있다.
한투PE의 이번 행보는 ESG 투자의 일환으로 주목된다. 한투PE는 2017~2018년 무렵 의료·산업폐기물 처리업체인 이메디원, 도시환경, 그린환경기술 등에 투자해 2020년 SK에코플랜트에 매각했다. 당시 조성한 블라인드펀드의 연간 내부수익률(IRR)은 20%를 웃돈다. 뒤이어 2021년에는 친환경 분야에 특화한 한투에코그린펀드를 조성하고, 같은 해 광진수지와 화목폴리머에 투자한 후 2023년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며 회수 실적을 쌓았다.
이처럼 여러 업체를 인수해 규모를 키운 뒤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은 그동안 사모펀드가 폐기물 분야에서 수익을 실현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이번 투자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향후 대규모 패키지 매각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한투PE가 소각·매립 중심의 다운스트림(산업 생태계의 뒤)보다 수집·재활용 등 업스트림(산업 생태계의 앞) 부분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폐기물 인수·합병(M&A) 시장은 ESG 규제 강화와 처리 단가 하락, 재활용 원료 수요 확대 등의 이유로 업스트림 기업들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추세다.
특히 이번에 한투PE가 인수하는 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 위탁 처리와 민간 재활용을 병행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러 회사를 묶어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설비 확충으로 처리 용량이 늘어나면 생산성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폐기물 재활용 산업은 2020년 초에 정점을 찍었다가 한 차례 가격이 떨어졌지만, 사모펀드들은 여전히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허가와 입지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고 지방자치단체 위탁 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물량이 뒷받침되면 현금흐름이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산업은 환경규제 강화와 ESG 트랜드 부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지속되는 영역"이라며 "특히 사모펀드들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규제 기반 산업 특유의 진입장벽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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