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더 더 센 상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정기국회 내에 최대한 빨리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국가 투자설명회(IR)에서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에 이기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3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 추진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여당은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수가 줄면 주당 순이익이 오르고 주가 상승으로 주주 이익도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현실을 간과한 주장이다. 첫째,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자사주 취득 감소로 이어져 오히려 주가 부양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6개월과 1년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각각 11.2~19.66%포인트, 16.4~47.91%포인트 높았다. 둘째, 경영권에도 위협이 된다. 이미 1·2차 상법 개정으로 대주주 의결권 제한(3% 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도입돼 헤지펀드의 공격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3차 개정은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사주가 일부 최대주주의 ‘비상금’처럼 쓰인 점은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방패 없이 창날만 세운다면 국내 기업이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릴 수 있다.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부터 강구해야 한다. 법 적용을 신규 취득 자사주에 한정하는 등의 다각적인 보완책도 필요하다. 대기업에 비해 경영 형편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 자사주 소각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하거나 자사주를 자금 조달의 담보로 활용하기도 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해외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는 한국의 자사주 활용이 주주 평등 원칙에 어긋나고 오버행(잠재 매물)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해외 주요국 가운데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한 사례는 없다. 여당은 주가 부양을 이유로 기업 경영권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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