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내년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이 의존해 온 미국 엔비디아에 대해 최근 중국 정부가 구매 금지령을 내리는 등 ‘반도체 자립’에 속도가 붙자 엔비디아의 위기를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 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화웨이가 내년 주력 제품인 어센드(Ascend) 910C 칩을 약 60만 개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생산량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어센드 제품군 전체로는 최대 160만 개의 다이(칩 회로가 들어가는 기본 실리콘 부품)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센드 910C 칩은 두 개의 다이를 하나의 칩셋에 담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사용한다.
화웨이가 이번 목표를 달성한다면 중국의 기술 자립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그동안 AI와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에서 외국산 칩에 크게 의존해왔다. 블룸버그는 “(목표 달성은) 화웨이와 주요 파트너인 SMIC가 생산을 가로막던 병목 현상을 해소할 방법을 찾았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관계자들은 생산량 전망에 이미 보유한 재고와 생산 과정의 불량률 추정치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신규 생산 능력은 발표된 수치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화웨이는 올 상반기 내내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여름 들어 생산량을 의미 있게 개선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알리바바부터 딥시크(DeepSeek)까지 중국 기업들은 AI 서비스 개발과 운영을 위해 수백만 개의 AI 칩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의 엔비디아는 지난해에만 중국 맞춤형 H20 칩을 100만 개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설계한 저사양 추론용 칩인 RTX 6000D 주문이 논의되며 테스트 중이었지만, 당국이 자국 주요 기업에 ‘즉각 중단’을 통보하며 이 같은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엔비디아는 앞서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해 오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통제 강화로 수출이 금지됐다. 이후 7월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수출 재개가 허용됐지만 실제 출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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