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 중 하나가 돼버렸다"며 “북한의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는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을 방문 중인 정 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하는데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7년 전과는 다르다. 일단 그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1,2차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미국에 매달리는 입장”이었지만 이후로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급속히 강화한 만큼 현실 인식부터 달라져야 제대로 대북 정책을 구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장관은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직후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는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 말이 불행하게도 맞았다. 스몰딜이 성사됐더라면 핵문제 전개 과정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 장관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동당 창건 80년 메시지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대미, 대남 메시지"라며 "그걸로 미뤄보면 북미 양쪽 지도자 모두 지금 서로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을) 지원하거나 돈을 낼 생각이 전혀 없지 않느냐"라며 "(개혁개방을 추구한) 베트남의 길을 가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이 진정이라면 남북협력밖에는 길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정 장관이 주장해 온 '평화적 두 국가론'이 헌법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데팍토(de Facto·사실상의) 국가와 데주레(de Jure·법적인) 국가 승인, 그건 공리공담"이라며 "그렇게 해서 교류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독 마지막 총리이자 통일 독일 첫 총리를 지낸 중도보수 진영의 헬무트 콜은 이전 정부의 동방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교류협력은 중단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정 장관은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과 독일 통일기념일 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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