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미래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자산 격차가 심화되면서 "부모보다 잘 살 수 있다"고 답하는 청년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고, 일의 가치에 대해서도 예전만큼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년정책연구본부장은 30일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에서 국제 연구기관의 2024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 결과를 인용하며 이 같은 현실을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응답자의 67.6%가 "부모보다 삶의 조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지만, 29세 이하 청년층에서는 58.9%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청년층의 미래 전망이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삶에서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청년 비율은 1992년 약 60.0%에서 2018년 45.0% 수준으로 급감했다. 김 본부장은 이를 두고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열심히 일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는 일에 대한 동기와 미래 전망을 모두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자산불평등을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총자산-부채)는 2018년 0.588에서 2023년 0.605로 꾸준히 상승했다. 소득보다 자산이 부를 좌우하는 사회가 굳어지면서 부모의 도움 없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금융·경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책적 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 청년 가운데 '자녀를 갖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5.0%로 일본(19.7%), 미국(15.6%)보다 크게 높았다. 김 본부장은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뒷받침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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