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의 9월 판매가 19개월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판매량은 5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쳤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네이쥐안(內卷·출혈경쟁)’을 겨냥해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등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자 판매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BYD가 주춤한 사이 리프모터·지커·샤오펑·샤오미 등 전기차 신생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일 중국 경제관찰망 등에 따르면 BYD는 전날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한 9월 판매 현황에서 39만 627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만 9426대에 비해 5.5% 줄어든 수치다. BYD가 판매 성장률(월간 기준)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4년 2월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이다. BYD는 3분기에는 총 110만 6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규모다. 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를 두고 내수 부진에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가격 할인 정책을 펼치지 못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BYD는 올 들어 대대적인 가격 할인에 나섰고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저가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몇 년째 이어진 내수 침체로 재고가 누적된 데다 판매 실적 압박까지 더해지며 시장 왜곡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주행거리 0㎞의 중고차’ 판매 관행이 폭로될 정도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출혈경쟁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실제 운행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수법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업계에 만연한 과도한 경쟁이 산업 전체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특히 시 주석이 공식 석상에서 ‘네이쥐안’을 언급하며 “기업 간 저가 경쟁과 무질서한 경쟁이라는 혼란스러운 현상을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력 경고하면서 저가 경쟁이 주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의 단속 방침이 본격화한 7월부터 BYD의 판매량은 줄기 시작했다. BYD는 당초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 판매 실적(430만 대) 대비 27.9% 상승한 550만 대로 설정했으나 최근 460만 대로 대폭 내려 잡았다. 리윈페이 BYD 마케팅 책임자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조치”라고 밝혔는데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에 납작 엎드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수 시장의 한계에 부닥친 BYD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 BYD의 수출 실적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BYD는 올해 1~8월 유럽과 영국에서 전년 대비 거의 4배 증가한 9만 6000대를 판매했다. 1~9월 기준으로는 BYD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의 수출량이 70만 대를 넘어서면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홍콩계 투자은행(IB) CLSA의 펑샤오 중국 산업 리서치 책임자는 “BYD는 이제 국내 시장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수출 수익이 처음으로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BYD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이 중국 신생 전기차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상위 7개 신흥 자동차 회사인 리프모터·지커·훙멍인텔리전트드라이빙·샤오펑·샤오미·니오·리오토 모두 9월에 3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했다. 특히 리프모터는 6만 6657대의 차량을 인도하며 7개월 연속 신흥 자동차 제조 업체 중 선두 자리를 지켰다. 샤오펑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4만 1581대를 판매했고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샤오미도 4만 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프모터는 보급형, 샤오펑은 프리미엄 시장에 각각 주력하고 있고 훙멍인텔리전트와 샤오펑 등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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