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 서로 다른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 LG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가 주 무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삼성 연례 파트너 서밋(APS) 2025’ 를 열고 북미에 위치한 HVAC 파트너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북미’를 설립한 이후 처음 개최한 협력사 대상 행사로, 이들과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 확대 전략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 유통망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의 HVAC 유통사 ‘파워매틱’. 미국 미시간주 기반의 ‘에어테크’ 등과 협력을 발표하며 파트너 네트워크를 확충했다. HVAC사업의 핵심이 설치와 유지보수 등 서비스 품질인 만큼 현지 지원체계를 강화해 브랜드 경쟁력을 키운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신흥시장을 아우르는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유통 기업 셰이커 그룹, 데이터 인프라 기업 데이터볼트와 HVAC 솔루션 공급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조 사장은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부장관도 만나 네옴시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냉각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LG전자는 지난해 HVAC 전담 조직인 ES사업본부를 신설한 뒤 같은 해 사우디에 축구장 130개 규모 복합시설을 한 번에 냉방할 수 있는 고효율 칠러를 납품했고, 올 4월에는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 9월에는 콩고 마야마야 공항에 HVAC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이 HVAC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향후 사업 성장성을 주목해서다. 유럽을 중심으로 탈(脫)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할 히트펌프 등 HVAC 신기술 수요가 증가하는 배경이다.
AI 산업 팽창으로 데이터센터의 열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은 지난해 584억 달러에서 2028년 610억 달러(약 8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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