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사천피’ 시대를 열면서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호실적을 내고 있다. 투자자들의 거래 급증으로 위탁매매 수익은 물론 자산관리(WM) 부문까지 강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 폭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은 올 3분기 영업이익 3913억 원, 당기순이익 2831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9%, 83.8% 증가한 수치로,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인 2963억 원을 32%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위탁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해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1699억 원에 달했고, 펀드·랩 등 투자형 상품의 매출이 크게 확대돼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도 359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키움증권 역시 영업이익 4089억 원으로 52.6% 증가했고 하나증권은 654억 원으로 무려 86.9% 급증했다.
호실적을 이끈 핵심은 주식시장의 폭발적인 거래 증가다. 전날 기준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은 한국거래소(31조 3023억 원)와 넥스트레이드(20조 3844억 원) 합산 51조 원을 넘어서며 연일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자연스럽게 급성장하는 분위기다. 실적 발표를 앞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의 대형사들도 최대 이익 분위기를 이어갈 기세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한 4080억 원, 한국금융지주는 40.6% 늘어난 5111억 원으로 점쳐졌다.
이 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KRX 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 2배 이상(119.19%) 급등했다. 두산에너빌리티·한화오션·현대로템 등으로 구성된 KRX 기계장비(129.1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초 대비 주가가 이날 기준 220.05% 뛰었고 키움증권도 157.75%, 한국금융지주 역시 149.09% 급등했다. 증권사들은 실적 호조에 맞춰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도 늘리며 추가 상승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권주들의 상승세는 단순한 증시 호황뿐만이 아니라 자본시장 관심 확대, 증권사 대형화로 인한 실적 안정성, 주주 환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중장기적인 산업 체질 개선 차원”이라며 “2017년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 고점 1.0배 대비 현 PBR이 0.9배로 낮은 반면, 업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은 7%에서 10%대로 높아진 점, 거래 대금도 훨씬 많아진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 모멘텀은 유효해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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