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살아있으면 좋겠다. 너네들 다 칼로 쑤실 수 있을 텐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국민신문고 민원 글이 충격을 주고 있다. 단순한 불만 제기를 넘어선 폭언과 위협성 표현이 담기면서 악성 민원의 심각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1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악성민원 근절, 실효적인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방안'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민원 처리 담당 공무원에 대한 위법행위는 13만1907건에 달했다.
이 중 ‘폭언·욕설’이 83.4%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협박(10.6%), 성희롱(1.3%), 폭행(0.6%), 기물파손(0.2%) 순이었다. 악성 민원은 중앙부처(42.5%)보다 지방자치단체(57.5%)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악성민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경기 김포시에서 도로보수·관리 업무를 맡았던 9급 공무원이, 2023년 4월 경기 구리시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새내기 공무원이 민원인 상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민신문고 멈추자 ‘악성 민원’도 함께 줄었다
국가정보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국민신문고 시스템이 일시 중단되면서 지자체 민원 접수 건수는 급감했다. 온라인·앱 기반의 손쉬운 민원 창구가 닫히자 악성·반복 민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강원도청은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방문 접수 25건, 임시 온라인 창구를 포함해도 총 46건만 접수됐다. 화재 전인 8월 1117건에서 95% 감소한 수치다.
춘천시는 9월 29일부터 한 달간 206건을 접수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월평균 3200건과 비교하면 무려 93%나 줄었다.
경기도는 국민신문고 대신 통합 민원 서비스 출범 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새올전자민원창구'를 한시적으로 재가동했다. 이 기간 수원특례시는 하루 28건을 접수했는데, 국민신문고 운영 당시 하루 1000건에 비하면 97.2% 감소했다.
부천시도 하루 평균 9건으로 기존 595건 대비 98.67% 줄었고, 경기도 임시 창구도 하루 약 40건으로 620건의 6.5% 수준에 그쳤다.
지자체들은 민원 접수량 급감 요인으로 민원 제기 방식을 꼽는다. 앱을 통해 정부를 거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국민신문고와 달리 자체 창구는 민원인과 기관 간 벽이 사라져 악성 내지 반복 민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공무원 부모 정자·난자가 불량하냐”...도 넘은 민원,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국민신문고 민원 캡쳐는 악성 민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민원인은 광주 치평동 도심 공사로 출근길이 지연된다며 다음과 같은 민원글을 작성했다.
"치평동 출근시간대에 도로 공사를 그때 해야겠냐. 공무원들 부모 정자·난자가 아무리 불량이어도 그 정도 판단도 못하냐. 전두환이 살아있음 좋겠다. 너네들 다 칼로 쑤실 수 있을 텐데."
치평동은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6년째 이어지며 불편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글은 민원 제기 목적을 넘어 인신공격·폭력성 표현까지 담기면서 논란이 커졌다.
해당 민원을 공개한 글쓴이는 "국민신문고라는 시스템 자체가 거주자에게는 유용할 수 있으나 무분별한 민원 글은 자체적으로 거를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해 보인다"며 "저 글을 보고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하루"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20분 넘는 민원 통화는 종료 예고”…일부 지자체, 제도적 대응 나서
악성 민원 증가와 장시간 통화로 인한 업무 방해 문제가 반복되자 일부 지자체는 제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현재 ‘장시간 민원통화 종료 예고 안내’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장시간 전화 민원으로 인한 업무 지연을 최소화하고, 피로도가 높은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이 제도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행정안전부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민원 대응지침’을 근거로 마련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민원 유형과 처리환경을 분석해 권장 통화·면담 시간을 20분으로 설정했다.
통화가 일정 시간을 넘으면 자동으로 직원 보호 안내 멘트가 송출되고, 권장 시간이 끝나기 5분 전에 직원이 버튼을 눌러 “장시간 통화로 인해 곧 통화가 종료됩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내보낼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안내나 추가 상담이 필요할 경우 직원 판단에 따라 20분 초과해 통화를 이어갈 수 있다.
홍덕수 경기도 열린민원실장은 "특정 민원인과의 장시간 통화로 다른 민원인의 상담 기회를 침해할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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