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미국에 2000억 달러(약 291조 원)을 투자해 상호관세를 현재 39%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스위스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 달러로 한국 GDP(약 1조 860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스위스 정부는 14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미국과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스위스 기업들은 미국에 2028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 모든 공산품, 수산·해산물, 민감하지 않은 품목의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기 파르믈랭 스위스 경제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몇 달 안에 양해각서 내용을 법제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정부는 사회관계망 서비스 엑스(X)에 “건설적인 협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미·스위스·리히텐슈타인 무역합의 타결’ 팩트시트(설명자료)를 올려 협상 마무리를 공식화했다. 백악관은 스위스가 견과류, 생선·해산물, 일부 과일, 화학 제품, 위스·럼 등 품목의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스위스 및 리히텐슈타인 시장에 대한 전례 없는 접근을 제공하고 미국 내 수십 억 달러 규모 투자를 촉진해 미 전역에서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2024년 기준 미국의 대(對) 스위스·리히텐슈타인 무역 적자는 385억 달러였고 이번 합의로 2028년까지 적자를 해소할 길이 열렸다”고 자평했다.
금융·관광·제조·바이오 산업이 고루 발달한 스위스는 인구가 896만 명에 불과하지만 명목 GDP는 1조 달러에 이르는 부국이다. 대미 수출 중 60%가 의약품인데, 스위스 소재 글로벌 제약 기업인 로슈와 노바티스는 미국 수요를 전부 충당할 수 있는 물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초 미국 정부가 스위스에 부과한 관세율은 31%였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 직후인 7월 말 39%로 상향됐다. 켈러주터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무역흑자 원인을 ‘가르치듯’ 해명한 것이 화를 부른 것으로 당시 보도됐다.
한편 한미 관세·무역 협상은 이달 14일 양국 정부의 공동 팩트시트 공식 발표로 최종 마무리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는 연간 200억 달러씩 나눠 투자하고, 1500억 달러는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된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한다”고 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선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의 공동 팩트시트는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gravity@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