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불과 이틀 만에 퇴사를 결정한 직원에게 서울 강남의 한 치과가 180만 원의 배상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치과는 퇴사자 A씨에게 ‘퇴사 한 달 전 통보’ 약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사실상 월급 절반 수준인 180만 원을 내라고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A씨는 면접 당시 안내된 업무와 달리 새벽 근무 가능성이 언급되고 실수 시 급여 삭감 등의 이야기를 들은 뒤 심한 불안감을 느껴 이틀 만에 회사를 떠났다. 그가 이틀 동안 받은 임금은 약 25만 원이었다.
하지만 치과 측은 A씨가 첫 근무 날 작성한 ‘퇴사 한 달 전 고지’ 확인서를 근거로 배상 책임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확인서에는 ‘한 달 전에 퇴사 의사를 말하지 않을 경우 치과가 입은 손해를 배상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었고 A씨는 “다들 작성하는 서류”라는 말에 큰 의심 없이 사인을 했다고 한다.
A씨가 “이틀 만에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물었지만 치과는 신규 인력 채용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내세웠고, 이어 치과 측 변호사를 통해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결국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상태다.
노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류 작성 요구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 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퇴사 고지 미이행 시 손해배상’이나 ‘지각 시 급여 공제’와 같은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면 사업주가 500만 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비슷한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일반 근로자가 이런 규정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악용한 사례”라며 “미리 정해진 손해배상액을 내라고 강요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 역시 “근로자에게 사전 손해배상 약정을 쓰게 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노동청이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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