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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검사 "항소 포기, 檢지휘부 무책임…보완수사 폐지땐 공소청 '기소 자판기' 전락"[이사람]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한 '소신파'

"윤석열의 검사라 말하지 말라"

유동규 징역형 늘었지만 벌금 감액

실질적 형량 강화로 보기 어려워

항소포기 결정, 법리·절차 검토 의문

구속송치·공소시효 임박 사건 등

검사 보완수사 제한적 도입 필요

사법체계 변화에 변호사 비용 늘어

'유전무죄' 폐단 더 심화할 수도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형사·사법 체제 변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검찰 지휘부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휘부가 정치권 등 외압을 막아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진다면 검찰청 폐지 이후 설립될 공소청은 ‘기소 자판기’로 전락할 것입니다.”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대장동 비리 사건에 대한 지휘부의 모습을 ‘무책임’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정치권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일 때 검찰 지휘부가 ‘바람막이’ 역할을 했어야 했지만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 법과 원칙에 따른 행동은 보이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징계를 감내하면서 윗선의 외압을 폭로하는 등 검찰 내 대표적 ‘소신파’ 검사로 꼽힌다. 특히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전면 박탈로 부작용이 일어나면 무리하게 입법을 한 분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윤석열의 검사’라고 말하지 말라” “몇 % 안 되는 정치 검찰로 인해 오늘날 이런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 등의 발언도 쏟아냈다.

안 검사가 공개 석상에서 검찰청 폐지에 따른 수사·기소권 분리 등 형사·사법 시스템 변화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안 검사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항소 포기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법리 검토서나 별도의 결재 문건이 작성돼야 한다”며 “대검과 중앙지검 윗선의 구두 지시로 방침이 바뀌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징역형이 일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벌금·추징액이 크게 줄어든 부분은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며 “유동규 씨의 경우 징역은 1년 증가했지만 벌금이 17억여 원에서 4억 원으로 13억 원 이상 줄어 실질적인 형량 강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휘부가 절차나 법리를 제대로 검토해 대장동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를 결정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해서도 “노동 사건의 경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서 별도 시스템을 통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신청하는 구속영장까지 세세하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대검 차원에서 통일된 기준을 가지고 처리하는데 부천지청 사건만 문제 제기가 되는 게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방검찰청에서도 유사한 구조의 임금체불 사건을 부천지청과 동일하게 처분했다”며 “대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지청장 혼자 모든 것을 떠안고 가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거나 정치권 등의 압력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일 경우 지휘부가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청 폐지로 공소 제기·유지를 해야 하는 공소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그의 우려다. 부천지청과 관련된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은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폐기와 함께 향후 공식 출범할 상설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안권섭(25기) 법무법인 대륜 대표 변호사를 상설특검으로 임명하면서 수사는 초읽기에 돌입했다. 올 4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당시 엄희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골자다. 이는 해당 사건을 수사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지난달 국회 국감에서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18일 서울시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여기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꼽았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방식 등이 구체적이지 않아 일각에서는 남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안 검사는 “법상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이 있으나 발동된 건 많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검찰총장이 서면으로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한 의견 표명 등 우회적인 수사 지휘권 발동은 막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 또한 안 검사가 향후 우려하는 요인이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할지, 폐지할지 여부는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제도개혁추진단’에서 논의 중이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완수사요구권만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시되면서 현재 검찰청과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안 검사는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형사·사법 체제의 변화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강력한 통제장치가 부재하다는 것”이라며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된다면 검찰은 오롯이 경찰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완 수사를 경찰에 요구하더라도 경찰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한 향후 설립될 공소청은 넘겨받은 자료만 보고 공소 제기는 물론 유지까지 결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경찰에서 수사하지 못한 성폭력 사건을 공소청에서 인지한다고 해도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보완수사요구를 한다고 해도 그만큼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자칫 사건을 서로 떠넘기는 ‘핑퐁’으로 비칠 가능성도 높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긴급을 요하는 사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만큼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을 100% 송치하고 보완수사권이 유지돼야 제대로 된 피해자 법적 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시 남용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사건에 대해 허용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안 검사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유지돼야 한다고 제시한 것은 △송치된 구속 사건 △검찰 수배 △항고 사건 △공소시효 임박 사건 △가정폭력·아동학대 사건 등이다. 또 사건 당사자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요구하거나 발달장애인이 피의자이거나 피해자인 사건에도 검사의 보완 수사가 제한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검사는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구속 시 부여된 수사 기간인 10일 동안 검찰은 오로지 공소 제기와 보완 수사 요구 여부 결정만 할 수 있다”며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경찰에 내린 보완 수사가 길어질 시 자칫 공소시효를 도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건이 관계적 특수성 등으로 피해자 보호가 어렵고 사건이 암장되기 쉽다는 점에서 현재 경찰이 사건 전체를 송치하고 있다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며 “이들 사건은 검찰권 남용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형사·사법 체계 변화로 피해자들의 법적 비용만 크게 늘 수 있다는 점 역시 향후 보완수사권 존폐 논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안 검사는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낼 때는 형사처벌이나 구제 등 희망을 가지고 변호사 비용을 지출한다”며 “하지만 경찰의 불송치 처분을 받은 후에는 의지가 꺾이게 되고 결국에는 이의신청이라는 추가 비용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만큼 이의신청 자체가 비용 증가라는 경제적 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피해자는 제대로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국민은 피해를 보더라도 변호사 비용이 없어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등 이른바 ‘유전 무죄 무전 유죄’의 폐단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he is…

△1979년 서울 △2004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2012년 사법연수원 41기 △2012년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 △2014년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 △2016년 춘천지검 검사 △2018년 의정부지검 검사 △2019년 대검찰청 환경 분야 TF 전문연구검사 △2020년 전주지검 검사 △2022년 미국 샌타클래라대 비지팅 스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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