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성장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하고 재계에서 관련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다른 대안이 있다면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AI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업성장포럼에서 “(대규모 AI 분야 투자라는) 숙제를 해낼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금산분리는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하거나 산업 부실이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된 규제다. 그러나 AI 패권 전쟁 시대인 지금은 산업 간 융복합과 이를 활성화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어서 금산분리는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가 주도로 산업과 금융의 전략적 융합을 적극 추진하는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투자를 유연하게 적용하며 AI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 대통령이 AI 분야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도 이 같은 시대 흐름에서 한국만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주 위원장이 대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 수장으로서 원칙적 신중론을 펴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막기 위해 43년 전에 도입된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한국의 AI 산업 경쟁력이 뒤떨어지게 된다면 주 위원장의 ‘금산분리 고집’은 자칫 첨단 제조업의 성장을 가로막은 몽니로 남을 수 있다. 금산분리 완화는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일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관련 법 개정이 어렵다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제안한 특별법으로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 그것이 AI 패권 전쟁의 생존 게임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길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AI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만 모래주머니를 묶고 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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