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두나무는 합병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등 양사의 창업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손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각 사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해 결제·투자·커머스를 잇는 차세대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기존 시스템과 국경의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금융과 플랫폼 모델을 마련한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AI 에이전트 구동의 필수적인 결제 인프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진정한 소버린 AI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거래 가능한 현실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옮기는 ‘자산의 토큰화’ 분야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이른바 ‘두나버스(DUNAVER(035420)se·양사 사명과 universe 조합)’의 시작이다.
이 의장은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나무와 네이버가) 힘을 합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꿈과 사명감 때문에 어렵지만 의미 있는 길을 선택했다”며 “거대한 흐름이 생기는 상황에서 살아남고 의미 있는 경쟁을 하기 위해 웹3에 가장 좋은 기술과 이해력을 갖고 있는 회사랑 힘을 합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세대 결제 시스템 ‘스테이블코인’ 구축
네이버와 두나무는 차세대 글로벌 결제 시스템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주목받고 있다. 미국 페이팔은 자사의 스테이블코인인 ‘PYUSD’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스텔라에 출시하면서 더 빠른 거래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전 국민을 이용자로 확보한 네이버 생태계를 활용하면 스테이블코인 활용처 확보도 수월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두나무가 상장, 유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벌이며 수수료 수익이나 준비금 운용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규제와 관련해서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소버린 AI의 실질적 기반
네이버와 두나무가 AI 에이전트 구동의 필수적인 결제 인프라로 꼽히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AI 주권’의 실질적 기반을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제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며 AI 주권 범위를 금융 거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블록체인 대중화 흐름과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맞물린 현재의 기술적 모멘텀은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커머스 특화 AI 에이전트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결제망을 확보한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미국 포시마크나 일본 소다, 스페인 왈라팝, 한국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도 연동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패권 전쟁을 벌이는 구글은 이미 AI 에이전트용 스테이블코인 결제 프로토콜 AP2를 선보인 바 있다. 이 프로토콜을 개발하기 위해 코인베이스·이더리움재단 등과 힘을 합친 바 있다. 코인베이스와 클라우드플레어도 올해 9월 AI 기반 자동 결제 표준인 x402 프로토콜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x402 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송 회장은 “블록체인은 AI와 결합하기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며 “이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자들의 시장 선점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오 대표도 “디지털자산은 '머신 투 머신(Machine to machine)' 결제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결제를)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자산 토큰화 속도
네이버와 두나무는 거래 가능한 현실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옮기는 ‘실물자산 토큰화’(RWA) 분야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자산의 토큰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투자사 JP모건은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넥시스를 통해 대체 자산 관리 회사 아폴로 등과 자산 토큰화 사업에 진출했으며 결제 및 송금 핀테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네이버의 부동산 데이터나 최근 인수한 증권플러스비상장의 비상장주식 정보를 토큰화해 업비트와 연동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과거 투자 문턱이 높았던 자산이 일반 이용자에게 열려 네이버 투자 생태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네이버의 웹툰이나 클립·블로그 등 이용자 기반 콘텐츠도 토큰화할 수 있다. 송 회장은 “블랙록 같은 거대 기업들이 채권을 토큰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블랙록이 발행한 토큰화 펀드 ‘비들’은 자산 가치가 3조 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와 웹3 자체를 제외한 부분은 두나무가 좀 더 따라잡아야 하기에 네이버파이낸셜과 힘을 합치게 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 확장 총력…중동·동남아·북미·유럽 확장 전망
네이버와 두나무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업 가능성이 크다. 이 의장은 사우디를 방문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연계 가능성을 논의한 바 있다. 사우디 정부에서도 디지털 경제 전환 핵심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거점이 있는 일본이나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 등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할 가능성도 높다. 커머스 계열사 포시마크와 왈라팝의 소재지를 교두보로 삼아 북미나 유럽 확장 가능성도 있다. 이 의장은 “글로벌에 대한 꿈과 사명이 네이버의 가장 큰 바탕”이라며 “앞으로 모든 서비스에서 웹3와 AI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글로벌에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며 “(가상자산) 거래를 제외하고는 스테이블코인, 체인, 채권 토큰화 등 기반 환경을 따라잡아야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오 대표는 “빅플레이어가 시장을 잠식하기 전 빠르게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 간 역량으로 글로벌 수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며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산업 간 공동 역량으로 '팀 코리아'를 구축해 세계 시장에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생태계 조성에 5년간 10조 원 이상 투자
네이버와 두나무는 기업결합 후 5년간 최소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AI·블록체인·웹3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최 대표는 “AI와 웹3의 기반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우선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해내는 게 인재이기 때문에 인재 양성에 과감한 투자를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10조 원은 거의 최소한의 규모”라며 “두나무와 네이버는 생태계가 굳건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성격의 플랫폼 회사인 만큼 생태계에 대한 과감한 투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스닥 상장 전망…"주주가치 제고 우선 추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국 나스닥 상장도 점쳐진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들과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이미 세계 4위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로 성장했지만, 국내 규제 한계로 추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은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며 “향후 (만약) 상장을 고려하게 될 때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가치를 우선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설에 대해서 “검토할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사이버 보안 강화 없이 양측의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두나무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발생한 445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공격 배후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거론되고 있다. 라자루스는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등을 주도한 북한의 대표적인 해킹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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